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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이 순박한 표정의 미얀마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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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인레 호수 

미얀마가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2월 1일 군부가 집권당을 몰아내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과거 군사 통치 시절의 악몽을 떠올린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반 쿠데타 시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득 3년 전 방문했던 인레 호수 지역이 떠올랐습니다. 해발 800m 호수 한편이 이른 아침부터 인파로 들끓었습니다. 시위가 아니라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금불상 네 기를 실은 바지선이 호수 마을을 다니며 축복을 전하는 큰 축제였습니다. 불상 주변에 모여 엄숙하게 기도하는 게 1부 행사라면, 마을마다 직접 만든 배로 바지선을 따르며 행진하는 2부 행사도 있었습니다. 전통악기로 풍악을 울리고 남녀노소 어우러져 춤추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저녁에는 사원에서 수천 개 촛불을 밝힌 채 기도하고 폭죽을 터뜨리는 행사도 이어졌습니다. 이때 사원 한편에서 우리네 닭개장과 똑 닮은 수프를 대접받았습니다. 뜨끈한 국물 맛도 좋았지만, 미얀마인의 티 없는 웃음이 더 훈훈하게 느껴졌습니다.

"미얀마의 좋은 이웃이 되어 달라. 군부 세력을 지원하지 말아 달라."
시위에 나선 청년의 피켓에 쓰여 있던 글입니다. 여행자에게 좋은 이웃이 돼 주었던 그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누구보다 순박한 사람이 사는 세상에 어서 평화의 봄이 오길 바랍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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