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 세계여행] 세상의 땅끝에서 얼음 덮인 바다를 걷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06 09:00

업데이트 2021.02.06 10:13

일본 시레토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를 흔히 ‘눈의 나라’라고 합니다. 최대 도시 삿포로의 연평균 적설량이 6m에 달할 정도로 눈이 많이 와서입니다. 한데 홋카이도 북동부 ‘시레토코(知床)’ 지역만큼은 ‘얼음의 나라’라 부릅니다. 겨울마다 바다를 가득 메운 해빙(혹은 유빙) 때문입니다. 북위 43도, 비교적 저위도 지역인데도 남북극 같은 비경이 펼쳐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유빙 관광은 일본인 사이에서 버킷 리스트로 통합니다. 얼음을 깨며 먼바다까지 나갔다 오는 ‘쇄빙선’과 해변을 달리는 ‘유빙 이야기 열차’는 예약 경쟁이 무척 치열합니다. 방수복을 입고 얼음을 걷는 ‘유빙 워크’도 인기 있는 이색 체험입니다. 아무런 체험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수평선까지 바다를 가득 메운 얼음을 보는 것만으로 세상의 끝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저위도 지역에서 이런 비경이 펼쳐지는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바닷물은 얼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레토코 반도와 접한 오호츠크 해는 업니다. 몽골과 러시아를 거친 아무르강이 흘러들어 염도가 낮아지고, 한겨울 영하 20~30도 추위가 이어지면서 빙하 같은 얼음층이 생기는 겁니다. 아무르강 하구에서 시레토코까지는 약 1000㎞. 얼음이 조류를 따라 남하하며 점점 커져 극지방 같은 풍광을 만듭니다.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 말로 시레토코는 ‘땅끝’을 뜻한답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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