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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사실상 물건너 갔다…우선협상지 호주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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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32년 여름올림픽 우선 협상지로 호주 브리즈번을 선정했다. 남북한이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유치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한국 정부의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작아졌다.

IOC 집행위, 호주 브리즈번 승인 #전문가 “우선 협상 결렬 가능성 작아” #대한체육회 “북 리스크 영향 미친듯”

IOC는 25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을 2032 여름올림픽 우선 협상지로 선정한 여름올림픽 미래유치위원회의 권고를 승인했다. IOC는 브리즈번 선정 이유로 ▶기존 시설이나 임시 경기장으로 경기장의 80~90% 충당 ▶7~8월의 좋은 기후 ▶우수한 교통인프라 ▶주요 국제 스포츠 행사 주최 경험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IOC는 호주와 2032년 올림픽 개최 협상을 독점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협상이 마무리되고 IOC 총회가 결과를 승인되면 호주는 멜버른(1956년)과 시드니(2000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여름올림픽을 열게 된다. 2032년 대회는 서울·평양을 포함해 도하(카타르), 부다페스트(헝가리), 라인·루르(독일), 청두·충칭(중국), 자카르타(인도네시아), 뉴델리(인도), 이스탄불(터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등이 개최 의사를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IOC가 2032년 여름올림픽 우선 협상지를 서둘러 결정한 배경에 대해 ‘북한 리스크’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는 “남북 공동 올림픽을 통해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에 기여하자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지만, IOC 위원들은 북한의 불확실성을 감점 요인으로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평양 공동선언에서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유치 협력’에 합의한 뒤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공동 개최 의지를 재확인했다. 2019년 2월엔 남북한이 IOC에 올림픽 공동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9월엔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만나 협력을 요청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북한이 선수단을 파견한 것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는 등 한반도에 ‘스포츠발 훈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뒤 남북 관계가 빠르게 경색되며 북한의 변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직후엔 2032년 올림픽을 공동 개최하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에 긍정적이었지만,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가 빠진 뒤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왔다.

IOC는 브리즈번을 2032 여름올림픽 단일 협상 파트너로 삼아 대회 유치 2단계인 ‘목표 대화’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나머지 지역과도 대화를 이어가지만, 브리즈번과의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송지훈·정영교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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