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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생식제품

중앙일보

입력

생식과 생식제품은 엄연히 다르다. 생식(生食)은 화식(火食)의 반대어로 논밭에서 곡물이나 채소를 수확한 뒤 열을 가하지 않고 그냥 먹는 것이다. 생식제품은 채소.과일.버섯.해산물 등 동.식물성 원료를 영하 약 40도에서 동결 건조해 수분을 뺀 것을 말한다. 대개 분말 형태며 원료에 열은 되도록 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콩 등 일부 원료는 열처리를 한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단백질 분해를 막는 효소를 없애기 위해서다. 생식제품은 선식제품과도 구별된다. 선식제품은 미숫가루처럼 일단 가열해 익힌 뒤 가루를 낸 것이다.

최근 강원도 용평에서 71차 한국식품과학회가 열려 지난해 시장규모가 2100억원대에 이른 생식제품을 집중 분석했다. 그동안 막연하게 '몸에 좋지만 비싼 것'으로 인식된 생식제품에 과학적인 잣대를 대 본 것이다. 이번 학회에서 제기된 생식제품의 장.단점을 알아보자.

◆ 당뇨병 쥐의 수명을 늘렸다
단국대 식품영양과 정윤화 교수는 실험동물인 쥐에 고의로 당뇨병을 유발한 뒤 한 그룹엔 일반 사료, 다른 그룹엔 생식제품을 사료로 제공했다. 이로부터 168일 뒤 일반 사료를 먹은 쥐는 모두 죽었는데 반해 생식제품을 먹은 쥐는 절반이 살아남았다.

생식제품을 먹은 쥐는 혈당치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정 교수는 "생식제품에 필수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 있고, 섬유소가 풍부하며, 미지의 성분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현미.율무가 든 생식제품을 실험 쥐에 먹였더니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5주 만에 24%(일반 사료를 먹은 쥐 대비)나 떨어졌고 면역능력이 높아졌다는 논문도 발표됐다. 연세대 식품영양과 박태선 교수는 "생식제품의 주재료인 현미엔 쌀겨와 배아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비타민.필수 지방 함량이 백미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백미보다 두 배쯤 더 든 섬유질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흥미로운 내용은 같은 생식제품이라도 열을 가하지 않은 것이 일부 열처리를 한 것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더 많이 낮춘다는 사실이다.

◆ 심폐 기능을 높인다
경희대 체육대학원 이만균 교수는 축구.농구.배구 등 5개 종목의 대학 운동선수들에게 통곡.채소.해조류.버섯 등을 섞은 생식제품을 아침식사 대신 하루 두포씩 6개월간 먹게 했다.

이 교수는 "생식제품을 먹기 전 선수들은 1200m를 평균 5분39초에 달렸으나 6개월 뒤 4분49초에 주파했다"며 "이는 생식제품이 심폐 기능의 향상을 돕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반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한 선수들은 6개월간 1200m 기록을 5분37초에서 5분8초로 단축하는 데 그쳤다.

◆ 식중독균 오염 우려가 최대 약점
한국이 원조인 생식제품은 한포에 30 ~ 40종의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또 비가열이 원칙이므로 비타민 등 영양소의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포에 열량이 200㎉가 채 안 돼 다이어트에 좋고 섬유소가 풍부해 변비.대장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열처리를 하지 않아 세균 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아킬레스건이다. 생식제품의 위생에서 흔히 거론되는 세균은 바실러스 세레우스균이다.

경원대 분자식품생명공학과 박종현 교수는 "생식제품 원료 327개를 검사한 결과 현미(54%).깻잎(46%).당근(34%) 등에서 이 세균이 소량 검출됐다"며 "이 세균은 구토.설사.복통 등을 일으키는 식중독균으로 영국.뉴질랜드 등에선 식품 1g당 1000마리까지만 허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때 한 참석자가 "국내 식품에서 바실러스균의 검출률이 높은데도 이 세균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 발생이 드문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에 박 교수는 "식중독을 일으키려면 이 세균이 식품 1g당 10만 ~ 100만마리는 있어야 하는데 실제 식품엔 이보다 훨씬 적게 들어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영.유아, 노약자, 환자도 먹는 식품이니만큼 세균수를 줄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생식제품은 또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어 소화가 잘 안 되고 분말제품이어서 입맛에 잘 맞지 않는 단점이 있다. 고을빛생식 관계자는 "위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생식제품의 섭취량을 줄이거나 많이 씹어야 한다"며 "최근엔 올리고당 등 소화를 돕는 성분을 첨가한 제품도 나왔다"고 조언했다.

◇ 생식제품의 장.단점

■ 장점
- 열을 가하지 않아 영양소 손실이 적다
-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
- 전곡(全穀) 형태로 곡류를 섭취
- 먹기에 간편

■ 단점
- 열처리하지 않아 세균 오염 가능성
- 소화가 잘 안 됨
- 기호성이 떨어짐

■ 한 시판 생식제품 100g당 영양

- 열량 : 384 ㎉ - 수분 : 2%
- 지방 함량 : 3.2g - 단백질 함량 : 9.6g
- 칼슘 함량 : 340㎎ - 철분 함량 : 10㎎
- 탄수화물 함량 : 82.3g

자료=단국대 식품영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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