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책임감이 방역에서 (다른 나라와) 큰 차이를 만들었다. 이는 백신만큼 중요한 일이다.”
20년째 CNN 의학전문기자 굽타 #“미국 백신 배분에 실패, 성과 망쳐 #한국 접종전략 명확히 해둬야”
CNN에서 20년째 의학전문 기자를 맡고 있는 산제이 굽타는 23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뿐 아니라 이웃, 공동체를 향한 한국인의 책임감이 정부의 방역 성과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굽타 기자는 지난 한 해 CNN 화면에 가장 많이 나온 기자 중 한 명이다.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현재 에모리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도 역임하고 있는 그는 2001년 입사해 사스와 조류인플루엔자·에볼라·메르스 등 여러 감염병의 현장을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 내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할 때는 거의 매일 뉴스에 출연하며, 정부보다 감염병 정보를 더 충실히 전달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는 미국이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데까지는 잘했지만 배분에는 실패했다며, 한국에서는 과학에 기반을 둔 접종 우선순위 원칙을 세울 것을 조언했다.
- 그동안 방송에서 한국의 방역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 “한국 정부뿐 아니라 한국 시민들을 높게 평가한다. 자신만이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책임을 지는 철학이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반면 미국은 마스크 쓰기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기본적인 일에는 투자하지 않았고, 백신 같은 큰 것 한 방만 노렸다. 백신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여유가 생겼다.”
- 한국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 “데이터를 봐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한 5대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아주 놀랍다. 다 합쳐서 7만5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는데,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환자 발생도 위약 집단보다 적었다. 모든 백신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본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졌을 때 시험을 해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을 수 있다. 모두 좋은 백신이다.”
-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한 미국에서 시사점을 얻는다면.
- “미국이 백신 개발에 기여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배분에 실패하며 성과를 다 망쳤다. 코로나19에는 일관된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접종을 시작하면 누가 먼저 맞을지 명확히 해두는 게 중요하다. 누가 이 질병에 가장 취약할지, 과학에 기반을 둬 전략을 짜야 한다. 미국은 요양원 인력, 필수직종 종사자 등 지역마다 우선 접종 대상이 다르다 보니 어떤 곳에는 백신이 부족하고 어떤 곳에는 넘치는 결과가 빚어졌다. 미국 사례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