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패싱 묻자 입 닫은 박범계, 신현수 논란엔 "언론플레이"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을 둘러싼 의혹이 22일 소집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다. 신 수석과 갈등을 벌인 당사자로 지목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언급을 삼가면서다. 박 장관은 의혹과 관련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대부분 침묵하거나, “청와대 발표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박범계 “금도 벗어난 행동 없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주말이던 지난 7일 단행된 검찰 대검 검사급(검사장급) 인사 발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결재 이후 이뤄졌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법무부의 검사장급 인사 발표 다음 날 문 대통령이 사후 결재했다는, 이른바 ‘대통령 패싱’ 의혹 때문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박 장관이 대통령을 패싱 했다면 국정농단이고 인사권 찬탈이다. 그게 아니라 민정수석을 패싱한 것이라면 극히 예외적인 편법이고 반칙”이라고 꼬집었다. 장제원 의원은 “검사장 4명 인사해놓고 난리가 났다. 이건 인사 제청권자가 무능한 것이고 임명권자가 비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대통령과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소상히 말씀드릴 수 없다”며 “오로지 검찰개혁만을 위해서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한다는 점에서 1도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인사와 관련한 위법 사항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별히 제가 장관으로서 금도를 벗어난 어떤 행동을 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사안을 문 대통령에게 자신이 직접 보고했는지에 대해선 박 장관은 끝내 함구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인사안 발표 다음 날, 월요일에 (대통령) 결재가 됐다는 보도가 있다.”
▶박 장관=“청와대는 제가(법무부 장관이 제청) 했고, (대통령이) 결재했다고 표현했다.”

▶조 의원=“대통령에게 보고한 사람은 누구냐”
▶박 장관=“…”

▶조 의원=“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보고했나.”
▶박 장관=“…”

박 장관의 답변 자세를 두고 여야 법사위원 간 설전도 벌어졌다.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는 “법무부 장관이란 사람이 나와서 ‘말할 수 없다’고 일관하고 있다. 그럼 국회는 왜 여나. 국민에 대해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의 백혜련 간사는 “질의 태도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박 장관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얘기한 대로’라는 게 답변인 것 같다”고 맞섰다.

박범계 “언론플레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신현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장관은 이날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에 대해선 신 수석과 협의를 거쳤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는 “제 판단으론 충분한 소통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기간 직접 만나거나 연락을 취해 협의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엔 “구체적인 (소통) 채널 등은 말씀드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신 수석의 사의 파동이 확산한 것과 관련해선 “언론플레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검찰이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 같다. 거기에 야당과 친검(친 검찰) 언론이 합세해 동원된 것 아니냐”는 묻자 박 장관은 “지난번 인사와 관련해 언론의 여러 보도가 나갔다”며 “그것이 실제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여러 왜곡된 흐름을 만들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