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대체투자 1조원 손실 우려…오피스·항공 투자에 '부실 징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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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문을 닫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근처의 브로드웨이 극장가. EPA=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문을 닫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근처의 브로드웨이 극장가. EPA=연합뉴스.

보험사가 해외 오피스나 항공기ㆍ선박에 투자했다가 1조2778억원의 손실을 낼 우려가 커졌다. 전체 투자액(70조4000억원)의 2% 수준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지속하면 손실 규모는 더 불어날 수 있다. 금감원은 ‘부실’ 징후가 드러난 보험사를 중심으로 집중 점검에 나선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36개 보험회사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70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산(1087조원)의 6.5%를 차지한다. 대부분 국내외 운용사가 만든 대체투자 펀드에 투자(펀드 매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굴렸다. 투자 지역은 미국이 26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영국(6조5000억원), 프랑스(2조7000억원)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투자금의 60% 이상이 해외 부동산(24조1000억원)과 항만ㆍ철도 등 사회기반시설(SOC, 20조원)에 쏠려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임대 수익이 줄거나 개발 지연이 이어지는 업종들이다. 금감원 점검 결과 부실 징후가 있거나 수익성이 악화된 대체투자 자산은 1조원을 넘어선 1조2778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사의 손실 우려 큰 대체투자 자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보험사의 손실 우려 큰 대체투자 자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투자 손실 우려가 가장 커진 대체 투자처는 해외 부동산(6962억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투자처인 유명 호텔이나 오피스 이용객이 줄면서 임대 수익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임대료 감액, 만기연장 등 펀드 투자조건 조정으로 당초 기대수익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 자산 규모만 6032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건설 공사 지연이나 중단, 부도 등으로 부실 징후가 있는 자산(930억원)도 늘고 있다.

해외부동산뿐 아니라 SOC(4612억원)과 항공기ㆍ선박(1154억원)에서도 투자 위험(리스크)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 대체투자(4조4000억원)의 절반 정도가 부동산 관련 투자다. 만일 부동산 임대ㆍ매각 여건이 회복되지 않으면 손실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해외 대체투자 비중이 높고, 내부통제가 취약한 보험사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해외 대체투자 부실이 쌓이면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일부 보험사가 해외 대체투자에 발목이 잡혀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 판매 호조 속에서도 브라질 부동산 펀드 등 대체투자 손실 여파로 당기순이익(잠정치 921억원)은 전년보다 8% 줄었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손해율 개선과 사업비 절감으로 2200억원을 아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208억원)를 기록했다. 이 회사가 주로 투자한 항공기와 호텔 등 대체투자 자산이 코로나19 여파로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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