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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감방 갈 거 너 죽이겠다" 前애인 잔혹 살해한 5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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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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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희망이 없다, 어차피 감방 갈 거 너 죽이고 가겠다.'

전 애인으로부터 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뒤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질 위기에 처하자 전 애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50대 남성에게 징역 35년 형이 선고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2부는 최근 전 애인 50대 A씨(여)를 살해한 52세 임모씨에 대해 징역 35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이별통보에 "아는 깡패 동생 있는데…"

두 사람은 약 3년 전 교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임씨는 A씨를 자주 때렸고 두 사람은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했다. A씨는 임씨와의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지만, 나쁜 손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지난해 1월 밤 폭행을 견디다 못한 A씨가 임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임씨는 A씨가 운영하는 주점을 찾아가 "네가 여기서 장사 못 해 먹게 할 거야" "내가 아는 깡패 동생이 있는데 네가 장사할 수 있을 것 같냐" 등 욕설을 퍼붓고 손님들을 내쫓으며 행패를 부렸다.

임씨는 A씨가 휴대전화를 들자 이를 빼앗아 내던져 박살을 내기도 했다. 또 자리를 피한 A씨를 쫓아가 "너 죽이고 감방 들어가겠다"며 발로 옆구리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A씨의 손에 흉기를 쥐여주며 "네가 죽어라"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신청해, 한 달간 112 긴급신고 보호 대상자로 등록되기도 했다. 그 뒤 A씨가 임씨를 검찰에 고소했고, 임씨는 이때부터 집요하게 합의를 요구했다.

죗값 줄이려, 전 애인에 합의 요구

같은 해 5월 임씨는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자 A씨와 폭행 혐의에 대한 합의를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법정에서 구속되면 A씨와 합의를 보기 어려워져 더 무거운 죗값을 치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7월 새벽 A씨가 운영하는 주점을 찾아 합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임씨와의 대화를 거부하며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임씨를 강제 귀가 조처 했다. 임씨는 '더는 희망이 없다'는 좌절감과 분노에 1시간여 뒤 A씨를 찾아가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했다.

재판에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살인 혐의 넘겨진 임씨는 자신이 기질성 인격장애 등 신경·정신과적 질환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알코올 사용 장애 선별검사 결과 '문제 음주자'로 나타났고,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척도 평가에서도 재범 위험성이 '상'으로 나왔다. 정신질병적 성격 특성에 의한 재범수준은 '중'이었지만 행동 통제력 부족, 어릴 때 문제행동, 다양한 범죄력 등 반사회적 특성을 보였다.

檢, 무기징역 구형…法 "징역 35년"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정신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임씨가 범행 당시 중증의 알코올 사용 장애와 기질성 인격장애가 있었음은 인정했다. 하지만 심신장애나 심신미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혀오다가 결국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사망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이 지극히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임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검찰도 항소장을 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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