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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데 안 섬세해" "3대1로 싸운다"…조은희·나경원 혈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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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데 섬세하진 않다"(조은희), "세세한 건 실무자들이 잘 하면 된다"(나경원), "무상급식 주민투표 극복 어려워"(오신환), "공약이 불가능에 가깝다"(오세훈)….
19일 오후 열린 ‘2차 맞수 토론’(1대1 토론)에서 맞붙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들의 입이 거칠어졌다.
언더독(오신환·조은희) 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앞선 후보(오세훈·나경원)를 향해 공세를 취하면서다. 이날 1대1 토론은 ‘오신환 대 오세훈’ ‘나경원 대 조은희’ 구도로 치러졌다.

조은희 “독한데 섬세하진 않네”, 나경원 “확실히 3대1 싸움”

조은희 서초구청장(왼쪽)과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 토론회를 진행중이다. 유튜브 캡처

조은희 서초구청장(왼쪽)과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 토론회를 진행중이다. 유튜브 캡처

나경원 전 의원과 조은희 서초구청장 간의 1대1 토론은 혈전을 방불케했다. 조 구청장은 현직 구청장의 이점을 살려 예산ㆍ통계 등 구체적인 숫자를 물으며 나 전 의원을 몰아 세웠다. “특별·일반회계를 오버랩하면 서울시 순수 예산이 얼마인지 아시나” “서울시 0~5세 아동이 몇명인지 아시나” 등의 질문이었다. 출산율 통계를 두고도 언쟁이 벌어졌다.

▶조 구청장=“서울시 출산율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나 전 의원=“0.9도 안됩니다”
▶조 구청장=“0.7이다”
▶나 전 의원=“시장이 숫자를 정확하게 아는 것도 좋지만 세세한 것은 실무자들이 잘 아시면 됩니다”
▶조 구청장=“아. 제가 실무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왼쪽) 후보와 조은희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맞수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왼쪽) 후보와 조은희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맞수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이런 장면이 연출되자 조 구청장은 나 전 의원의 선거 슬로건인 ‘독하게 섬세하게’를 인용, “독할지는 몰라도 섬세함은 부족하다.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제가 더 많이 안다”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조 후보가 오세훈 후보와 토론할 때와 사뭇 다르다. 제가 보니까 확실히 3대1로 싸우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조 구청장이 발언 도중 말을 끊자, 나 전 의원이 “말씀 드릴 기회를 좀 달라. 좀 설명하면 안 되겠느냐”고 불만을 표하는 장면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러자 조 구청장은 “사회자가 치고 들어가라고 얘기했다. 조금 덜 치고 들어가겠다”고 답했다. 역으로 나 전 의원이 조 구청장을 향해 ‘숫자 공세’를 펴는 장면도 있었다.

▶나 전 의원=“박원순 시장 10년 동안 1년에 아파트가 몇 채씩 공급됐는지 아시나”

▶조 구청장=“1년에 3만~4만”
▶나 전 의원=“3만4500호다.”
▶조 구청장=“외우고 오셨군요”

나 전 의원은 이어 조 구청장의 ‘5년 65만호’ 주택공급 공약을 두고도 “저는 10년에 70만호를 약속했다. 5년 간 그렇게 빨리 아파트를 공급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 구청장은 “일머리를 갖고 하느냐가 관건이다. 시켜주면 5년 안에 끝내겠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사퇴’ 건드린 오신환, 오세훈 “오히려 훈장”

국민의힘 오신환(왼쪽), 오세훈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오신환(왼쪽), 오세훈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열린 오신환 전 의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간 토론도 신경전이 치열했다. 오 전 의원이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서울시장 직을 걸었던 오 전 시장을 향해 책임론을 거론하며 공세를 시작했다. 오 전 의원은 “경선ㆍ단일화 과정에서 그 문제가 거론될텐데 극복할 수 있나. 그 때부터 10년이 지나 이젠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해야하는데, 10년 전 논쟁을 다시 반복해 ‘역심판론’에 걸릴 수 있다”고 따졌다. 10년 전 ‘무상복지’ 프레임에 다시 갇히면 야권 전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사퇴가) 오히려 훈장이라 생각한다”며 맞섰다. 그는 “1차 예선에서 4명의 후보를 뽑을 때 왜 가장 많은 서울시민이 저를 선택했겠느냐. 그 때 제 판단이 옳았다는 재심이기도 하거니와 다시 책임을 지고 서울을 (과거) 반열에 올려놓으라는 채찍질”이라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오 전 의원의 ‘환매조건부 반값 아파트 3만 가구 청년 공급’ 공약에 대해 “불가능에 가깝다”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둘 사이에 “충분히 검토했다. 언제까지 청년ㆍ무주택 주민은 임대에 살라는 거냐”(오신환) “충분히 검토해도 지을 땅이 없다.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으니 설계를 다시 해보라”(오세훈)며 언쟁이 오갔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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