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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도넘은 역사왜곡은 K문화 견제? 전문가가 분석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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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백과사전 사이트 바이두 캡쳐

중국 최대 백과사전 사이트 바이두 캡쳐

 중국 최대 백과사전 사이트 바이두가 윤동주 시인의 국적을 중국, 민족은 조선족으로 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바이두는 세종대왕, 김구, 김연아 등도 조선족으로 소개하고 있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가 이에 항의하는 메일을 보냈지만, 바이두 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치 원조는 파오차이, 한복은 한푸?

이런 중국의 역사 왜곡은 김치, 한복 ‘원조 논쟁’에 이어 세 번째다. 중국의 김치 공방은 지난해 11월 환구시보가 “김치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라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중국언론과 유튜버들이 김치의 원류가 중국식 채소절임 음식인 파오차이(泡菜)라는 주장을 했다. 중국의 한 유명 유튜버는 배추로 김장하고 김치찌개를 끓여 먹는 영상에 'Chinese Cuisine(중국요리)'이란 해시태그를 달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 사극 드라마 소주차만행(少主且慢行) 캡쳐

중국 사극 드라마 소주차만행(少主且慢行) 캡쳐

한복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방영됐던 중국 사극 드라마 소주차만행(少主且慢行)에서는 시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저고리와 옷고름의 위치까지 우리 한복에 가까운 의상을 입고 나왔다. 그 후 중국 모바일 게임 '샤이닝니키'는 한국 서버에 한국 의상을 추가했다. 그러면서 한복을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고 소개했는데, 이를 본 중국 유저들이 한복을 중국 명나라 의상인 '한푸'라고 항의하자 게임사는 한복 의상을 삭제하고 서비스 일주일 만에 한국에서 철수했다. 이후 중국 내 SNS에는 한국 한복에 대한 조롱과 왜곡된 사실이 줄을 이어 올라왔다.

“한국은 도둑국이다”에 중국혐오감정 커져

인천시 공식계정에 올라온 중국 소춘절 소개글. 해당글은 현재 삭제됐다. 인스타그램 캡쳐

인천시 공식계정에 올라온 중국 소춘절 소개글. 해당글은 현재 삭제됐다. 인스타그램 캡쳐

중국 SNS 웨이보엔 한국을 도둑국(小偷国)이라고 부르자는 선동 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문화를 훔쳐간다는 의미다. 해당 글에는 “한국은 도둑의 나라라는 인상만 남았다. 이제 한국을 도둑국이라 부르자” “이 도둑국은 진짜 뻔뻔하다. 옛날엔 우리 속국이었던 주제에” “(한국인이) 중국 문화를 뺏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등의 반응이 이어진다. 한국 유명인이 이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작성하면 집단으로 해당 유명인의 SNS 계정을 찾아가 댓글 테러를 일삼기도 한다.

이를 지켜본 한국 네티즌들은 해시태그 운동 등을 통한 자정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국 혐오도 확산하고 있다. 인천시 공식계정 인스타그램은 최근 중국 명절인 소춘절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가 해당 글을 삭제했다. 네티즌들이 “이런 시기에 중국 명절을 소개하는 글을 올려야겠냐” “차이나타운 계정이면 몰라도 인천 공식계정에서 이런 글을 왜 올리냐”라며 항의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걸리지 않은 중화 민족주의의 발현”  

일각에선 중국의 역사·문화 왜곡이 문화강국인 한국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라고 본다. 성신여대 서경석 교수는 "아시아권의 대표적인 문화가 중국문화였다면 최근 KPOP, K-영화 등 한국 문화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문화 중심지가 한국으로 옮겨졌다"며 "이에 대한 위기감의 표현이자 잘못된 애국주의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견고해진 신중화주의, 중국중심 세계관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세종연구소 이성현 중국연구센터장은 “현재 중국은 코로나 위기에도 경제가 성장한 나라로, 미국이 코로나로 위기 겪는 것을 보면서 경제 대국이라는 자부심이 흘러넘치는 상황”이라며 “이런 자부심을 토대로 중국 정부가 자국 문화 선전에 박차를 가하면서 브레이크 걸리지 않은 중화 민족주의가 엉뚱하게 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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