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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역전 토스 올린다, 우리카드 세터 하승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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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프로 5년차 세터 하승우는 무명의 설움을 딛고 당당히 주전으로 도약했다. 김상선 기자

프로 5년차 세터 하승우는 무명의 설움을 딛고 당당히 주전으로 도약했다. 김상선 기자

지방대 출신 백업 선수였다가 1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팀을 이끄는 핵심선수가 됐다.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5년 차 세터 하승우(26) 이야기다.

백업 선수 1년 만에 주전 발돋움 #신영철 감독 믿음에 자신감 얻어 #봄 배구 가시권에 우승까지 노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지난 시즌 뒤 입대를 앞둔 주전 세터 노재욱(29)을 트레이드로 내보냈다. 그리고 하승우를 주전으로 낙점했다. 지난해 노재욱이 허리 부상으로 빠졌을 때 하승우의 가능성을 봤다. 하승우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최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하승우는 “감독님이 지난해 열심히 준비하라고 했다. 주전을 맡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하승우는 정규시즌 개막 전 연습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속공과 후위 공격, 퀵 오픈까지 다양한 토스로 공격수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다른 팀 관계자들이 “노재욱이 빠져도 우리카드는 문제없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다. 하지만 개막하자 실망의 연속이었다. 우리카드는 시즌 초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알렉스 페레이라의 부상과 하승우의 부진이 원인이었다. 하승우는 “부담이 너무 컸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경기까지 져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주전 경쟁에서 이호건에게 밀리던 하승우에게 신영철 감독은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대신 “이번에도 못하면 집에 가라”는 으름장과 함께였다. 하승우는 “B코트(후보선수 연습 코트)에 있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감독님 말대로 ‘그래, 이번에도 못하면 정말 집에 가자’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경기력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알렉스와 하승우가 함께 살아나면서 우리카드는 상위권 경쟁에 합류했다.

하승우의 강점은 빠른 토스와 대담함이다. 공을 예쁘게 올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공격수에게 빠르게 쏴준다. 최근 흐름인 스피드 배구에 적합하다. 왼손잡이의 장점을 살린 까다로운 서브도 무기다. 쟁쟁한 공격수 사이에서 서브 11위다.

배구선수였던 아버지(하성훈·56) 영향으로 배구를 시작한 하승우는 “배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때는 반에서 제일 작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레프트 공격수였다. 구미 현일중 2학년 때 세터를 병행하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본격적인 세터의 길로 들어섰다.

세터로서도 단신(1m 83㎝)인 데다 경험도 짧았던 하승우는 배구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를 받아준 곳은 충남 금산의 중부대였다. 2012년 창단해 조금씩 모양새를 갖춰가던 팀이었다. 하승우는 “솔직히 배구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했다. 1학년 때는 경기에 못 나간 뒤 외박했다가 복귀하지 않은 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대학 3학년이던 2016년 드래프트에 참여한 하승우는 전체 2순위로 우리카드에 뽑혔다. 그래도 여전히 그는 조연이었다. 3년간 선발 출전은 한 번도 없었다. 하승우는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황택의(KB손해보험)와 격차를 좁혀보겠다고 했지만,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경기에 나가는 동기를 보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어렵게 잡은 기회를 움켜쥐었다.

우리카드는 16일 현재 4위(16승 12패, 승점 48)다. 상위 팀과 격차가 크지 않다. 한 경기를 더 치른 2위 KB손해보험(승점 50), 3위 OK금융그룹(48)은 물론, 1위 대한항공(55)도 추격권이다 하승우는 “지난해 1위를 하고도 (코로나19로) 챔프전을 못했다. 올해는 진짜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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