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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항 '성공모델' 대구공항, 코로나 이후 '꼴찌'공항으로

중앙일보

입력

잘나가던 지방공항의 추락 

지난해 11월 대구국제공항 2층 로비에서 열린 '대구공항 활성화를 위한 로비 음악회'. 뉴스1

지난해 11월 대구국제공항 2층 로비에서 열린 '대구공항 활성화를 위한 로비 음악회'. 뉴스1

일본·중국뿐 아니라 괌·러시아·베트남에까지 항공기를 띄우면서 한때 연간 이용객이 460만명 이상을 기록한 대구국제공항. 이렇게 '잘 나가던' 대구국제공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름뿐인 '국제공항'으로 전락했다.

대구공항 국제선 이용객 91.1% 감소, 전국 최하위

15일 대구시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국제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은 22만7892명으로, 2019년 255만9040명보다 91.1% 줄었다. 국제선 이용객 기준으로 전국 공항 가운데 최하위다. 인천(-83.1%), 제주(-89.4%), 김포(-87.3%)공항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선 이용객 실적도 만족스럽지 않다. 출발·도착 기준으로, 2019년 209만3441명에서 지난해 152만335명으로 27.4%(57만3106명) 감소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다른 지방공항과 달리 대구는 일본·중국 등 다양하고 촘촘한 해외 노선을 가진 게 장점인데,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니까 상황이 안 좋아진 것"이라며 "지난해엔 1월과 2월 국제선을 일부 운영한 게 실적의 전부다"고 답답해했다.

 2014년부터 에어부산·제주항공 등 9개 국내외 항공사는 대구공항에서 일본·중국·홍콩·대만·괌·베트남·러시아 등 8개국 16개 도시, 국내 2개 도시(제주·인천)에 항공기를 띄웠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졌고, 2월 현재 대구국제공항의 해외 노선은 대구-옌지 노선 1편이 전부다. 국제공항이라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선도 제주가 전부다.

500만 이용객 공항 준비했지만…

대구 공군기지 주변에서 F-15K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대구공항은 K-2 공군기지와 활주로를 같이 쓰는 민간·군사 공항이다. 뉴스1

대구 공군기지 주변에서 F-15K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대구공항은 K-2 공군기지와 활주로를 같이 쓰는 민간·군사 공항이다. 뉴스1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기 전까지 군과 함께 공항을 쓰는 민군 통합 공항인 대구국제공항은 지방공항의 성공 모델이었다. 국내에는 대한민국 대표 허브 공항인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김해·제주·청주 등 14개 지방공항이 있다. 이 중 김포, 오래전부터 국제선이 활성화된 김해, 관광도시 제주 다음으로 대구는 많은 이용객을 보유했다. '이용객 연 500만명 공항' 축하 행사를 준비 중일 만큼 잘나갔다.

 대구국제공항이 지방공항의 성공모델로 주목받은 배경은 2004년까지 다른 지방공항처럼 위기였기 때문이다. 대구국제공항은 2004년 KTX 개통으로 공항 이용객이 급격히 감소했다. 2007년엔 대구공항의 주력 노선이던 대구~김포 노선까지 폐지됐다. 2009년 연 이용객이 102만명까지 떨어졌다. 이용객 100만명이 안 되는 무늬만 '국제'라는 이름이 붙은 공항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았다.

 대구시는 한국공항공사와 공항 활성화 방안 찾기에 부심했다. 그래서 '국제선 늘리기'를 생존 해법으로 정했다. 그러곤 당시 어느 지자체도 하지 않았던 저비용 항공사 지원 조례, 항공기 운항 시간 조정 등을 만들어 이용객을 늘려 지방공항 성공 모델 자리에 올랐다.

 대구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항공사들이 폐지한 노선을 되살리는 등 대구공항 발 노선을 만들면 적극적으로 시 차원에서 지원금을 주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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