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사령탑 흔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모리(左), 하시모토(右)

모리(左), 하시모토(右)

정상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도쿄올림픽이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대회 준비를 총괄하는 조직위원장이 갑자기 물러났다. 후임 물망에 오르는 인사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조직위 안팎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성차별 발언한 모리 위원장 사퇴 #후임 물망 하시모토 성희롱 전력

모리 요시로(83)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장은 12일 조직위 이사 및 평의회 합동간담회에서 사퇴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논란을 부른 자신의 여성 차별 발언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모리 위원장은 3일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논의하던 중 “여성은 말이 많아 회의가 오래 걸린다. 여성 이사 수를 늘려야 한다면, 발언 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리 위원장은 9일 만에 사퇴하며 “부적절한 발언으로 큰 혼란을 초래했다. 올림픽 7월 정상 개최가 중요한데, 내가 방해되면 곤란하다”고 고개 숙였다.

잡음은 그치지 않았다. 모리 위원장이 사퇴 직전 가와부치 사부로(84) 전 일본축구협회장을 만나 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실이 공개되면서 ‘밀실 인선’ 논란이 추가됐다. 당초 긍정적이었던 가와부치 전 회장은 부정적 여론을 읽고 제의를 고사했다. 후임으로 하시모토 세이코(57) 일본 참의원 겸 도쿄올림픽담당상이 거론된다. 일본 언론은 “스가 요시히데(73) 일본 총리가 ‘여성이면서 젊은 사람이 조직위를 맡아 이끌기를 바란다’고 의견을 냈다. 15~20일 사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하시모토 담당상은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행정가다. 1992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동메달리스트다. 사이클 선수로 여름올림픽에도 출전하는 등 7차례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선수 출신에, 그간 도쿄올림픽 정부 지원을 총괄했다는 점에서 모리 위원장 후임자로서 적임이라는 의견이 많다.

다만, 성희롱 논란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 폐회식 다음날 일본빙상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 선수단 회식에 참석했다가 당시 남자 피겨스케이팅 간판 다카하시 다이스케(36)를 껴안고 키스해 물의를 빚었다. 논란이 일자 하시모토는 “경솔했다. 깊이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여론은 “남자 회장에다 여자 선수인 상황이었다면 용서받을 수 있겠느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