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벌목 될뻔한 세계 유일 레귐 나무…스리랑카서 '출가'시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리랑카에서 고속도로 건설로 벌목될 예정이었던 나무를 '출가'시키는 의식이 거행됐다.

11일 AFP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레귐(Legume·콩과 식물)으로 불리는 이 나무는 1868년 처음 발견됐으나 1911년을 마지막으로 보이지 않았다. 결국 2012년 멸종이 선언됐다.

그랬던 것이 지난 2019년 스리랑카의 주요 도시인 콜롬보 북쪽에서 높이 8m의 스리랑카 레귐 한 그루만 자라있는 것이 발견됐다.

지난 10일 스리랑카에서 벌목 위기에 처한 희귀종 나무에 오렌지색 천을 두르고 '출가'를 시키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10일 스리랑카에서 벌목 위기에 처한 희귀종 나무에 오렌지색 천을 두르고 '출가'를 시키는 모습. [AFP=연합뉴스]

문제는 이 나무가 스리랑카 중부 도시인 캔디로 향하는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베어질 예정이었다는 점이다.

환경운동가들은 "세계에 한 그루밖에 현존하지 않는 나무를 살려 달라"면서 스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환경운동가들의 부탁을 받은 탱골 사라다 스님은 지난 10일 스님 여러 명과 함께 이 나무 줄기에 주황색 천을 감고 불경을 외우면서 성수를 끼얹었다. 주황색 천은 스님들이 입는 옷인 가사를 대신한 것이었다.

스리랑카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나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튜브]

스리랑카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나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튜브]

의식을 통해 스님은 "이 나무는 지금 상징적인 의미로 스님이 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 나무를 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인구 2100만 명 대부분이 불교도인 스리랑카에서는 "성스러운 나무를 해치면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스님들의 행위는 존중되고 나무는 보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은 나무의 보전과 관련해 지금부터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측은 "나무를 옮겨 심는 한이 있어도 누구도 나무를 벌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