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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연구회 후배들 중앙지법 포진…"노무현 때보다 심하다"

중앙일보

입력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우리법·인권법연구회 출신의 법원 장악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심하다.”

법원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가 2021년 법원 정기 인사를 보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처럼 몇 명 안 되는 이너서클로 법원 핵심 포스트를 메꾸려다 보니 더 두드러진다"며 한 말이다.

중앙지법원장·형사수석·조국 재판장 #민사1수석, 윤석열 검찰총장 비판 글

김 대법원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우리법연구회 회원인 동시에 그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김 대법원장이 이번에 성지용 서울중앙지법원장과 고연금 형사수석부장은 물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장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도 연구회 후배들을 포진하면서 인사농단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성지용 법원장과 고연금 형사수석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진상조사 위원도 지냈다. 성 법원장은 춘천지방법원장으로 발령 난 지 1년 만에 3년간 재임한 민중기 전 중앙지방법원장 후임으로 돌아왔다. 성 법원장은 9일 취임사에서 김 대법원장이 자주 언급한 ‘좋은 재판’을 강조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의 약진은 법원 내부만이 아니다. 연구회 간사 출신인 김형연·김영식 부장판사는 2017년, 2019년 차례로 판사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직행해 '사법독립 역행' 논란을 낳기도 했다.

작년 尹 '판사 사찰 문건' 비판 판사 중앙지법 민사1수석 발탁 

김명수 대법원장 ‘코드 인사’ 논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명수 대법원장 ‘코드 인사’ 논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구회 출신은 아니지만 송경근 신임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1부장판사는 군산지원장이던 2018년 6월 8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사법농단 검찰 수사 촉구 글로 김명수 대법원장의 눈에 들었다. 송 부장판사는 당시 “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반대하는 것은 분노한 국민에게 기름을 붓는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면 적극 협조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적었다. 일주일 만인 6월 15일 김 대법원장은 대국민 성명을 내고 “검찰 수사에 인적·물적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달 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 재판에 제시된 문건에도 이름이 등장한다. 송 부장판사가 2013년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근무 당시 통합진보당 경선 대리투표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 4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검토 후 인사조치는 없었다"는 게 내용이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해 말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판사 사찰 문건’ 의혹을 제기할 당시 "독재 정권 시절의 기시감이 든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1부장 자리는 지난해까지 고법 부장판사가 맡았지만 올해 지법 부장판사를 보임하는 것으로 바꿨다. 김 대법원장이 제도를 바꾼 뒤 첫 인사에서 송 부장판사를 발탁한 셈이다.

조국 재판장 4년째 유임…김경수 실형 재판장은 1년만 교체

서울중앙지법·고등법원 주요 사건 재판부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중앙지법·고등법원 주요 사건 재판부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 주요 사건 재판부 인사에서 '선택적 유임'이 이뤄졌다. 당장 사건 변호인들 사이에선 "김 대법원장이 인사로 재판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 재판부는 '전원 교체’와 ‘전원 유임’으로 운명이 엇갈렸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맡은 형사35부와 임 전 차장 사건을 맡은 형사36부 모두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재판을 앞두고 2018년 증설된 합의부다. 양 전 원장 사건을 맡은 박남천 부장판사와 배석 판사 2명은 전원 다른 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반면 임 전 차장 사건을 맡은 윤종섭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2명은 중앙지법 근무가 3년이 넘었지만 그대로 남았다. 특히 윤 부장판사는 6년째 중앙지법 근무다.

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주요 형사 사건 재판부 3명 전원을 바꾸는 것이나 판사 한 명을 6년 동안 중앙지법에서 두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인사”이라고 평가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부의 운명도 달라졌다. 조 전 장관 사건을 맡은 김미리 부장판사는 3년간 근무에도 중앙지법에 남았지만 정 교수를 1심에서 법정구속한 임정엽 부장판사를 포함한 형사25부 전원은 3년 근무 연한을 채웠다는 이유로 이동했다.

정 교수의 항소심 재판을 맡을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도 재판부 3명이 모두 교체됐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2부 함상훈 재판장은 1년 만에 재정전담부로 자리를 옮겼다. 법원 관계자는 “함 부장판사는 2018년 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부임하기 전 서울고법 성폭력전담부에서 1년 근무했기 때문에 형사부 합산 2년 근무로 인사이동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사건 변호인인 판사 출신 변호사는 “너무 노골적으로 밀어붙여서 두고두고 언급될 인사”라며 “재판은 결국 ‘승복’인데 이런 식이면 당사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이 결과를 납득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야당은 연일 김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9일 “국회법 제121조에 따라 17일로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업무보고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접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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