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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이재명 겨냥 "기본소득, 어마어마한 증세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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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중앙포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중앙포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지급 주장에 대해 "월 5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약 317조의 예산이 소요된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가) 이런 계산을 몰라서 주장하는 것이 아닐 것. 그래서 더욱 건강하고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적에 (이 지사가) 화를 많이 냈더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이 대표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다.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구상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사대적 열패 의식을 버려야 한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 정치"라고 반박했다.

임 전 실장은 "'알래스카 외에는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표현이 뭐 틀린 말도 아닌데"라며 "이 대표는 명색이 우리가 속한 민주당의 대표이다. '사대적 열패의식'이라는 반격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임 전 실장은 "저는 여전히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며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쓰는 것이 미래 세대에게 고통을 떠넘기지 않으면서 더 공정한 것일까. 이 지사의 표현대로 '정치적 억지나 폄훼가 아닌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건설적인 논쟁을 기대' 해본다"고 덧붙였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상 페이스북 글 전문

기본소득이란 말그대로
'국민 모두에게 조건없이 빈곤선 이상으로 살기에 충분한 월간 생계비를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2016년 스위스가 기본소득 지급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을 때, 성인 1인당 월 300만원, 18세 미만에게 월 78만원 상당의 내용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간단히 함께 셈을 해보시지요.
이재명 지사는 1인당 연간 100만원을 당장 시작하자고 합니다.
약 52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반면, 국민 1인당 돌아가는 금액은 월 8만 3천 3백원입니다.
이 지사가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는 월 5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약 317조의 예산이 소요됩니다.
월 50만원이 아직 생계비에 터무니없이 부족한데도 이미 어마어마한 규모의 증세가 필요합니다.
스위스에서 부결된 이유를 쉽게 짐작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물론 이런 계산을 몰라서 주장하시는 것이 아닐테지요.
그래서 더욱 건강하고 활발한 토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낙연 대표의 지적에 많이 화를 내셨습니다.
'알래스카 외에는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 는 표현이 뭐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 분은 명색이 우리가 속한 민주당의 대표입니다.
'사대적 열패의식'이라는 반격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들립니다.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여전히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사회적 양극화는 지난 30여년 지속적이고 가파르게 확대되어 왔습니다.
이 경향은 앞으로도 시장에서 더욱 커질 것입니다.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쓰는 것이 미래 세대에게 고통을 떠넘기지 않으면서 더 공정한 것일까요.
이 지사님 표현 그대로
'정치적 억지나 폄훼가 아닌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건설적인 논쟁을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이 그림 다시 올려봅니다.
양극화 세상에서 무엇이 공정한가?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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