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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돌직구 “시진핑엔 'd(민주주의)'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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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방영된 CBS '페이스더내이션'에 출연해 중국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CBS 홈페이지 캡처]

7일(현지시간) 방영된 CBS '페이스더내이션'에 출연해 중국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CBS 홈페이지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중국과 충돌할 필요는 없겠지만 극심한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CBS ‘페이스더네이션’과의 취임 후 첫 방송 인터뷰에서다.

트럼프 '주판알 거래술' 대신 '원칙 외교' 예고 #"중국과 극한 경쟁할 것" 바이든식 압박 정책

인터뷰에서 그는 “왜 아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하지 않았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서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지만 전화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나는 그(시 주석)를 꽤 잘 안다”며 “부통령으로써 시 주석과 개인 회담을 24~25시간 했고, 각종 국제 무대를 1만 7000마일(약 2만 7350㎞)에 걸쳐 함께 다녔기 때문에 어떤 세계 지도자들보다 내가 그와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을 향해 “그는 매우 명석하고 강인하지만,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며 돌직구를 날렸다. “몸 속 뼈에 민주주의가 없다(doesn‘t have a democratic, small D, bone in his body)”는 표현을 썼다.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면서다. ‘스몰 D’는 여당인 ’민주당(Democrat)’과 소리가 유사한 ‘민주적인(democratic)’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보건 관련 행정 명령에 사인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25일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특별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AP·신화=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보건 관련 행정 명령에 사인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25일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특별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AP·신화=연합뉴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을 공개 비난하고 무역 전쟁을 치르면서도 시 주석을 향해선 “나는 그와 좋은 관계에 있다”는 말을 관용구처럼 사용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작부터 시 주석의 머릿속을 문제삼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외교 전문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래의 조건을 따져 경제적 이득을 챙기려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주도해온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같은 국제 표준을 앞세워 중국을 상대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트럼프식 거래 중심 압박은 협상을 통해 타협의 여지라도 있었지만, 바이든은 규범과 가치라는 더 큰 틀로 중국을 압박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충돌할 필요는 없지만, 극심한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단 “그가 아는 방식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하던 방식이 아닌 국제 규범의 길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달 20일 이후 보름이 지났지만 미ㆍ중 정상 간 전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국 정상의 첫 통화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내용과 시기를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시진핑 당시 중국 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함께 양국 언어로 쓰인 티셔츠를 국제학교 학생들에게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AP=연합뉴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시진핑 당시 중국 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함께 양국 언어로 쓰인 티셔츠를 국제학교 학생들에게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AP=연합뉴스]

바이든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 규범이라는 잣대로 중국을 상대하며 동맹국 규합에 나설 경우 한국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홍콩 민주화 탄압, 신장 위구르족 탄압 등에서 ‘원칙’에 입각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전략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양국 사이를 헤쳐나가야 하는 한국 정부에겐 뜨거운 감자가 된다. 무엇보다 ‘d(민주주의)’를 전면에 내세울수록 일당 체제, 개인의 자유, 인권 탄압 등에서 중국보다 더 열악한 북한을 놓고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시선이 더욱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을 모범 사례로 놓고 북ㆍ미의 고위급 접촉을 기대하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판알 거래술’ 대신 ‘민주주의 원칙’를 따지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이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제재에 대해 “우라늄 농축 중단 없이는 제재 해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란을 놓고도 ‘선(先) 핵확동 중단’을 밝히는 데 북한 에 대해서도 역시 동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 때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북한 강제수용소 문제 등이 대북 의제로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 8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과 시진핑 국가 부주석. [AFP=연합뉴스]

2011년 8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과 시진핑 국가 부주석. [AFP=연합뉴스]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바이든은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홍콩 사태 등 민주주의의 원칙에 분명히 벗어난 문제에 대해선 한국이 목소리를 내면서 미ㆍ중 양쪽에 요구할 건 요구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 바이든 정부의 중국 압박 양상은 미국 국내정치적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 요구하는 기후변화협약, 이란핵합의(JCPOA) 복원에는 모두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인권 문제에서 중국에 날을 세우더라도 정책적으로는 협력하는 강ㆍ온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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