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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기고, 변 방치"…코로나 여파 '휴장 동물원' 동물학대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한 사진. 낙타가 비위생적인 상태로 방치돼 있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한 사진. 낙타가 비위생적인 상태로 방치돼 있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라쿤·원숭이·낙타 등을 우리에 넣어 둔 채 휴장한 대구지역 한 동물원에 대해 대구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분변을 방치하고, 먹이를 주지 않는 등 '동물 학대'가 있었다”는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면서다.

동물원 측 "일주일에 네차례 관리" 주장

대구시는 7일 "사설인 대구지역 A동물원을 현장점검 후 동물 학대 여부에 대해 수사 의뢰하고, 동물원 휴원 신고, 보유생물 관리계획 미이행 등 관련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비구협)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A동물원의 운영 상태를 사진 등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동물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변이 그대로 방치되거나 우리 안에 고드름이 생긴 모습이었다. 유리창도 지저분해져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먹이를 제때 주지 않아서인지, 동물들이 이곳저곳을 파헤친 흔적도 보였다.

비구협 측은 “동물원은 지난해 휴장 이후 네 마리의 멸종위기 동물인 원숭이를 포함해 낙타와 라쿤 등을 거의 방치한 채로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근 야산에 방치된 토끼와 양·염소들은 주위에 민원을 일으켰고 이들을 제대로 사육하고 관리하기가 힘들어지자 결국 목에 매달아 잔인하게 죽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목격한 인근 주민 한 분이 본인 가족과 함께 10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동물들을 보살펴 왔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조사 결과 A동물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운영난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문을 닫았다. 이 과정에서 동물원 측은 31종 68마리 동물 중 26종 55마리는 다른 동물원으로 옮겼다. 그러자 전기가 끊긴 채 휴장에 들어간 동물원에는 원숭이 4마리와 라쿤, 거위 등 13마리가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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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는 현장 조사에 나서 동물원 우리 곳곳에 분변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바닥이 파헤쳐져 있는 모습도 목격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하지만 동물 사체는 현장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며 "다행스러운 점은 먹이를 동물들이 아예 먹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걱정스러워 수의사를 동행해 건강상태를 확인했더니 모근, 활동성 등을 봤을 때 계속 굶은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을 얻었다"고 말했다.

동물원 측은 대구시 조사에서 "일주일에 네 차례 오전 11시 관리인 1명이 동물원에 가서 먹이를 주는 등 동물원을 관리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6일부터 시민구조봉사단과 함께 분변 치우기 등 A동물원에 대한 환경정비를 진행 중이다. 동물들에게 먹이도 시간에 맞춰 주고 있다. 홍성주 대구시 녹색환경국장은 “동물학대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동물전문가와 합동으로 지역 6개 전체 동물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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