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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 사건이 성적인 억압 때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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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호 20면

문명의 역습

문명의 역습

문명의 역습
크리스토퍼 라이언 지음
한진영 옮김
반니

코카콜라를 맛본 부시맨은 그 전보다 행복해졌을까. 『문명의 역습』 은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외친다.

인류의 역사는 대략 50만년. 들판을 쏘다니며 사냥을 하고 음식을 저장하지 않고 나누며 살았던 인류가 정착해 씨앗을 뿌리고, 곳간을 채우며 문명을 일으킨 건 대략 1만년 전부터다.

저자는 ‘문명의 아이러니’에 주목한다. 인류는 비행기라는 기적을 만들었고, 몇 년 후 비행기는 민간인도 무차별 폭격하는 폭탄을 떨어뜨린다. 백신을 만들었지만, 인류가 코로나19와 마주친 건 협곡, 정글, 동굴 등 자연의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명을 얻은 대신 무엇을 잃었는가’라는 부제가 말하듯, 이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그 무엇을 통해 우리가 사는 현대 문명을 진단한다.

늘 아이를 안고 다니고, 울면 젖을 물렸던 과거와 달리 한때 제왕절개와 분유와 유아기부터 부모와 분리하는 게 과학적 육아로 여겨졌다. 저자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가 급증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투잡을 뛰며 아이를 맡기고 키울 비용을 벌어야 하는 현대 사회는 공동체가 함께 아이를 키웠던 수렵채집사회에서 뭔가 배워야 한다.

미국의 교내 총기 난사 사건과 이슬람의 자살테러를 문명사회의 성적 억압과 연결해 해석한 부분도 흥미롭다. 여섯 명을 죽인 22세의 엘리엇 로저는 총기 난사 전 유튜브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전에 나를 무시했던 여자들을 떠올리며 생각했지. 자 이제 누가 대장 같으냐.”

수렵채집사회에선 아예 일이라는 단어가 없는 집단도 있다. 먹을 것을 구하는 데 일주일에 20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런던으로 초청받은 파푸아뉴기니 오지의 부족은 그들이 묵던 집의 가장이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것을 의아해했다. “도대체 무엇을 하기에, 정말 돌봐야 할 사람들을 놔두고 매일 어디를 나가는 건가요.”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부시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콜라 맛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문명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고, 바이러스는 점점 더 자주 습격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우리들의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쉽지 않겠지만 수평적 네트워크 강화, 청정에너지로의 대체 등 수렵사회의 시스템을 현대에 적용하는 게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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