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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반발, 3%만 시험···코로나 격차 못 짚어내는 학업평가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7년 6월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고 있다. 뉴스1

지난 2017년 6월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치러진 고2‧중3 대상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이달 1~5일 학생들에게 배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 학력이 미달 수준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한 시험이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학력 격차 우려가 컸는데, 처음으로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성적표가 나온 셈이다.

하지만 현 정부 방침에 따라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 중 극히 일부인 3%만 치른 탓에 대부분 학생은 성적을 받아볼 수 없다. 지역별·학교별 격차도 파악하기 어렵다. 교육계에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학력 격차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수 평가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온다.

고2·중3 학생 3%만 학력수준 파악 가능 

학업성취도평가는 보통 6월에 치르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11월로 미뤄졌다. 4일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이 받는 성적표에는 국어‧영어‧수학 등 과목별로 4단계 성취도를 제공한다.

기존에 우수‧보통‧기초학력‧기초학력미달로 평가했던 것을 올해부터 1~4단계로 구분했다. 기초학력‧기초학력미달이라는 표현을 학생들이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다. 기초학력미달 수준인 1단계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이번 평가 결과를 고2‧중3에서 3%에 해당하는 학생들만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학생이 치르던 전수평가를 2017년 문재인 정부가 3% 학생만 응시하는 표집평가로 바꿨기 때문이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학업성취도평가를 ‘일제고사’라 부르며 전수평가에 강력 반발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초5 딸을 키우는 박모(43‧서울 관악구)씨는 “모든 학부모가 자녀의 학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할 텐데 일부를 대상으로 시험을 치르는 건 불공평한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학력격차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정부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4월 분석결과 발표, 학력저하 심각 예상 

학생들의 개인 성적은 나왔지만, 전체 학생들의 학력을 파악할 수 있는 분석자료는 4월에나 공개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전 시험과 비교해 문항의 난이도를 분석하고, 지역 가중치 등을 반영하는데 적어도 4~5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특수한 상황인 만큼 최대한 빨리 분석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석 결과가 발표 전이지만 전년도보다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데다가 최근 학생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서다. 지난 2019년 학업성취도 결과에 따르면 수학과목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2012년과 비교해 중‧고교 모두 2배 이상 증가했다. 고등학생의 경우 2012년 4.3%에서 2019년 9.0%로, 중학생은 3.5%에서 11.8%로 늘었다.

학생들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는 모습. 연합뉴스

학생들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는 모습. 연합뉴스

학력격차 파악 한계 "전수평가 실시해야" 

교육계에서는 표집평가만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학력격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별‧학교별 격차가 벌어졌는지 확인하려면 전국 단위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가가 교육과정을 만들고 성취수준을 정했으면 학생들이 달성했는지 파악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 검사를 통해 문제점을 찾는 것처럼 학생들의 학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도 “저학년 때 학습 결손이 발생하면 고학년 때 메울 수 없다”며 “코로나19로 올해도 대부분 학교가 원격수업을 할 텐데 기초 학력이 부족하면 원격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고 학력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각 교육청, 학교별로 기초학력을 진단하도록 했지만 학력 격차 파악은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은 “학교마다 평가도구를 선택해 진단을 하지만, 학교‧지역별 비교가 어려워 전체 수준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코로나19 상황만이라도 ‘줄 세우기’ 논란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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