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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성폭력 피해자 2차가해, 그게 진보냐" 여권 맹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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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중앙포토]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중앙포토]

오는 2월 정년퇴임을 앞둔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제2의 인생을 준비하며 문재인 정부와 여권에 날 선 비판을 했다. 강 교수는 여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등을 사례로 들며 '정치적 부족주의' 현상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내로남불, 정치적 부족주의 현상" 

강 교수는 4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본인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묻는 말에 현 정부의 이념을 사례로 내세웠다. 그는 "한국형 계급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부동산 문제의 처참한 실패로 서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세력이 다른 정치적 의제에서 진보를 내세운다 해도 그걸 어찌 진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기존 '내부 식민지' 체제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을 진보라고 할 수 있나, 당파적 이익에 눈이 멀어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을 진보라고 할 수 있나"라고 재차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신간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에서 현 정부와 여권의 '내로남불'을 비판한 강 교수는 "내로남불은 정치적 부족주의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치적 부족주의가 인종·민족 중심으로 발생하지만, 한국에서는 '패거리 이익'으로 발현된다는 게 강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의 정치적 부족주의를 쉽고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내로남불을 밥 먹듯이 저지르는 정치적 이념"이라며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신이 하면 로맨스이지만 반대편이 하면 불륜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정신 상태가 가능해진다. 21세기에 원시 시대의 부족 정치를 해야 하겠는가"라고 했다.

강준만 교수. [중앙포토]

강준만 교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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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는 정파성 전쟁의 산물" 

강 교수는 대중이 언론을 비판할 때 '기레기'(기자, 쓰레기를 더한 신조어)라는 욕설을 쓰는 데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시 일부 언론이 저지른 오보와 왜곡 보도가 '기레기'라는 말을 낳게 했지만, '기레기'를 대중화시킨 건 '정파성 전쟁'이었다"며 "자신의 정파성을 충족시켜주는 언론이 '기레기'에 가까운 짓을 할수록 '참언론'이라며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앞으로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해서도 강 교수는 "언론이 앞으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줄여나가기 위한 솔직함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언론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미화해 가능하지 않은 이상을 외쳐댐으로써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사구시 차원에서 세속화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1990년대부터 사회비평지 『인물과 사상』 등을 통해 한국 정치·사회에 대한 분석과 비평을 해왔다. 한국의 대표적 진보 논객으로 자리매김한 강 교수는 2월 말 퇴임한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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