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성장한 김정호, 쑥 솟은 KB손해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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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김정호

김정호

올 시즌 프로배구 지형도가 크게 바뀌었다. ‘명가’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하위권으로 처졌고, ‘만년 하위’ KB손해보험이 치고 올라갔다. KB손보 약진에 있어 레프트 김정호(24·사진)의 활약은 빼놓을 수 없다.

만년 하위팀 변화 이끈 살림꾼

KB손해보험은 3일 현재 2위(16승 10패, 승점 47)다. 1위 대한항공(17승 8패, 승점 50)과 격차가 크지 않다. 약진의 핵심은 물론 라이트 노우모리 케이타(20)다. 말리 출신 케이타는 무서운 공격력으로 득점 1위다. 겉보기와 달리 선수단 안팎에서는 수훈갑으로 김정호를 꼽는다.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오버핸드 리시브 직후 잽싸게 자리 잡고 스파이크를 넣는 게 그의 장기다. 강력한 서브(5위, 국내 2위)도 일품이다. 이상열 KB손보 감독은 “정호가 서브, 리시브, 공격까지 살림꾼”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정호는 경희대 2학년이던 2017년 드래프트에 참여해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이듬해 KB손보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까지 평가는 “서브 좋고, 리시브 좀 되는 선수”였다. 올 시즌 기존 평가에 ‘공격력’을 추가했다. 현재 공격 성공률 1위다. 공격수로는 작은 키(1m86㎝)지만, 점프력이 좋아 중앙 후위 공격 성공률이 58%나 된다.

김정호를 키운 주요인이 책임감이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나보다 다른 선수가 뛰는 게 팀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면 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년 전 처음) 주전이 됐을 땐 부담이 컸다. 그런데 이제는 그걸 즐기려 한다. 실수해도 더 과감해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타가 팀 공격의 50%를 맡는다. 나는 20% 정도다. 케이타에게 미안하다. 내가 더 많이 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책임감이 지나쳐 때로는 부상에도 출전을 고집한다. 김정호는 발가락 염증으로 지난달 8일 한국전력전에 결장했다. 팀은 0-3으로 완패했다. 그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도 출전을 고집했고, 한때 4연패에 빠졌던 팀은 최근 3연승을 달렸다. 그는 “발이 아파 신발을 못 신을 정도였다. 지금도 통증은 있지만 참을 만하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이 포스트시즌에 마지막으로 나간 건 2010~11시즌(4위, 준플레이오프 탈락)이었다. 10년간 봄 배구와 거리가 멀었다. 소띠 김정호도 소의 해에 찾아온 첫 포스트시즌 기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1위부터 5위까지 엇비슷하다. 지금부터 전쟁이다. 변함없이 지금처럼 온 힘을 다하면 좀 더 높은 곳에 올라 봄 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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