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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파키스탄에 눈독 들이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유 기업부터 민간 기업까지 모두 파키스탄에 눈을 돌리고 있다.

파키스탄과 중국의 자동차 합작회사가 만든 승용차 "창안 알스빈"이 최근 시장 출시 5일 만에 완판됐다. 투자자와 분석가들은 파키스탄이 중국 차량 수출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창안자동차 공식 홈페이지

ⓒ창안자동차 공식 홈페이지

지난 2017년  파키스탄 민간 기업 마스터 그룹(Master Motors) 과 중국 국유 자동차 제조업체 창안자동차(長安汽車)이 만나 MCM(Master Changan Motors)를 설립했다.

MCM은 파키스탄 카라치 항구도시 인근에 1억 3600만 달러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세웠다. 이들의 대표적인 브랜드는 알스빈(Alsvin)으로, 연간 3만 대가량 생산된다.

ⓒ상하이 모터스 공식 홈페이지

ⓒ상하이 모터스 공식 홈페이지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상하이 모터스(SAIC Motor)는 내달 파키스탄 카라치 인근에 1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착공해 내년부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3종을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 자동차 업체 한텡(Hanteng)과 합작한 KA한텡모터스(KA Hanteng Motors)도 파키스탄에 5000만 달러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올해 1만 5000대의 SUV와 승용차를 생산할 전망이다.

ⓒCarSpiritPK

ⓒCarSpiritPK

상하이 자동차와 버금가는 중국 국유 3대 자동차 제조 기업 중 하나인 중국 디이자동차(第一汽車集團)도 파키스탄에 생산기지를 설립했다. 디이자동차 산하의 AL-HAJ FAW모터스는 카라치에 있는 공장에서 차량을 조립하며 지난해 해치백 생산을 2만 대로 늘렸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 왜 이리 파키스탄에 집착할까?

중국 자동차 시장의 침체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1,929만 대를 기록하며 3년 연속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이는 2017년 성수기보다 약 20% 감소한 수치다.

영국 소재 IHS마킷 자동차 리서치 담당자 굽타는 "중국 자동차 시장은 10년간의 '경이로운 성장' 이후 지난 2년 동안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며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성장 경로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 중 하나가 파키스탄과 같은 우측 운전석 차량 시장을 탐색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중국-인도와의 분쟁

차량 운전석이 우측에 위치한 나라는 많다. 파키스탄 외에도 인도, 네팔, 싱가포르 등 여러 아시아 국가는 차량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중국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많지만 강력한 인구 경쟁력을 가진 인도는 중국이 넘볼 수 없는 시장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 지역  "카슈미르"가 화근이었다. 2015년 중국과 파키스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CPEC)출범 당시 인도는 카슈미르 절반 지역에 중국 투자가 수반된다는 이유 등으로 CPEC를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그러나 중국은 파키스탄의 주권과 영토 보존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CPEC를 추진했다.

ⓒ아시아타임즈

ⓒ아시아타임즈

중국과 인도 간 분쟁이 계속되며 인도 정부는 중국 투자를 전면적으로 제한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가 세계 최대 우측 운전석 시장에서 제조기반을 구축할 가능성을 종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은 인도 투자를 위해 보안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도에서 사업을 하고 성장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이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있고 우측 운전석 시장인 파키스탄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출범 이후 두 국가 간 관계가 밀접해져 자동차 회사들의 전략적 중심지로서 파키스탄의 잠재력은 향상됐다. 또한 파키스탄의 인프라 및 도로 여건이 개선되고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어 자동차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파키스탄 경제회랑의 일부인 카라코룸 고속도로 구간. ⓒ신화통신

중-파키스탄 경제회랑의 일부인 카라코룸 고속도로 구간. ⓒ신화통신

일본 자동차 브랜드 중심 시장의 말로

그동안 파키스탄 자동차는 대부분 일본에 의존해왔다. 1990년대 초 도요타, 혼다, 스즈키 등은 파키스탄에 합작 회사를 설립했으며 사실상 파키스탄 내에서 독점권을 누려왔다.

파키스탄 소비자의 선택은 매우 좁은 범위의 일본 자동차로 제한됐다. 2019년 5월 파키스탄 차량 판매량은 일본에서 생산되는 차량이 전체의 97%에 해당할 정도로 일본 제품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 비해 동종 모델의 가격 대비 품질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The Economic Times

ⓒThe Economic Times

파키스탄 내에서 제조되는 차량 외에도 파키스탄 소비자들은 일본 중고차를 수입해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CPEC에 수입 중국 기계들이 밀려들면서 수출을 늘리지 못해 국제수지 위기가 촉발됐고 2018년 이후 루피(파키스탄 화폐 단위)가치가 하락했다.

그 결과 일본 자동차 가격이 약 3분의 1가량 치솟았다. 파키스탄 중산층 가정들조차 더는 승용차를 살 수 없을 정도였다.

ⓒIndependent News Pakistan

ⓒIndependent News Pakistan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창안 자동차 MCM은 해당 부문을 겨냥했다. "우리의 전략은 파키스탄 소비자가 쉽게 세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MCM 대니얼 말릭 대표는 말했다.

MCM은 파키스탄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을 만한 가격대와 품질이 향상된  세단을 만들어 소비자를 겨냥할 예정이다. 그간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독점으로 공급 우위의 시장 병패가 누적되어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18대에 불과하여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을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파키스탄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한몫할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 산업은 파키스탄 GDP 전체의 2.8%, 제조업 분야의 20%를 차지하며 약 18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력 산업에 해당한다 (2017-18 기준).

파키스탄 정부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파키스탄 정부는 중국 전기 자동차 제조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데 나섰다. 지난해 12월 전기차 육성과 관련된 정책을 내걸었으며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BYD는 파키스탄 Rahmat Group과 손잡고 전기 버스, 전기 자동차 생산을 추진 중이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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