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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원전문건" "USB는 허위"…하루도 못가는 與 거짓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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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지난해 9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북한 원전 검토 자료는 산업부에서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에 대비해서 박근혜 정부부터 단순하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자료라고 합니다.”

[현장에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0일 오후 3시 21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론까지 주장하지 않았던가”라며 이렇게 적었다. 감사원의 감사를 하루 앞둔 2019년 12월 1일 일요일 심야에 산자부 공무원 3명이 사무실에 들어가 삭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북원추)’ 문건이 지난 정부부터 검토된 자료란 주장이다.

윤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치권에 상당한 파문이 일만 한 내용이었다. 북원추 문건 등을 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적을 이롭게 한다는 뜻’의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는데, 윤 의원 주장대로라면 도리어 현 야권이 집권 시절 “이적행위”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의원의 주장은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산자부는 다음날인 31일 오후 6시 13분 보도자료를 내고 논란이 된 ‘북원추’ 등의 문건에 대해 “2018년 4월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다양한 실무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한 자료”라고 밝혔다. 이어 산자부 관계자는 “삭제됐다고 나온 자료는 박근혜 정부부터 검토한 자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식 발표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반박하자 그제야 윤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정부 때에도 검토되었을 것이란 추론이었다”며 “문건의 구체적 내용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자신의 주장이 상상력에 기반을 둔 허위사실이었음을 자백한 셈이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2018년 5월에 생성된 문건을 구치소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신내림이냐”(김웅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1월 3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의전비서관이던 나와 북의 김창선 부장이 함께 현장에 있었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장면을 이리 왜곡할 수 있다니, 기가 찰 뿐이다″고 적었다. 페이스북 캡처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1월 3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의전비서관이던 나와 북의 김창선 부장이 함께 현장에 있었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장면을 이리 왜곡할 수 있다니, 기가 찰 뿐이다″고 적었다. 페이스북 캡처

여권 인사의 말 바꾸기 논란은 또 있다.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31일 오전 0시 40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발전소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건넸다는 조선일보 기사. 물론 거짓이다”며 “두 정상이 물밑 거래를 했을 것이란 (점을) 은연중 연상시키는 악의적 왜곡”이라고 적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USB를 건네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돼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당시 문 대통령이 1차 회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USB를 건넨 건 사실이었다. 다만 건넨 장소가 ‘도보다리’가 아니었을 뿐이다. 이는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문 대통령은 1차 회담 직후인 2018년 4월 30일 당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신경제구상을 담은 USB를 직접 전달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청와대 참모들은 조 전 비서관에게 사실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통화를 했다고 한다. 이어 이뤄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 전 비서관은 “도보다리 회담에서 발전소 USB를 건넸다는 보도는 마치 ‘다리 밑 은밀한 거래’인 것처럼 해 놓은 것”이라며 “은밀하게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이야기로 발전시키는 것이 소설이라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이 확산하자 두 사람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일부 정정했다. 각각 산자부와 당시 청와대 참모들이 전한 ‘팩트(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원래 주장이 담긴 페이스북 글은 두 사람 다 원문 그대로 남겨놨다. 윤 의원은 자신의 주장이 거짓으로 확인된 이후에도 틀린 주장이 담긴 기사 링크를 댓글로 4건이나 더 달았다. 조 전 비서관의 글엔 “진짜 어이없는 쓰레기 기사”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과 같은 여권 지지자들의 언론 혐오 댓글이 나붙고 있다. 진짜 ‘가짜뉴스’를 퍼트린 사람은 누구인가. 자신들의 ‘가짜 주장’이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전체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점을 두 사람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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