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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산 처음으로 감소…반도체로 코로나 쇼크 버텼다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해’였던 지난해 국내 생산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가계도 지갑을 닫으며 소비도 17년 만에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기업은 투자를 늘렸고, 지난해 12월 들어서는 생산·소비·투자지표가 모두 상승했다.

생산 사상 첫 감소, 소비 17년 만에 감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생산 사상 첫 감소, 소비 17년 만에 감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2020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全)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래로 생산지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에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 생산이 2% 줄며 전체 생산지표를 끌어내렸다. 숙박·음식점(-18.5%), 운수·창고(-14.2%), 예술·스포츠·여가(-33%) 분야가 특히 부진했다. 반대로 지난해 늘어난 유동성으로 돈이 몰린 부동산(5.6%), 금융·보험(14%) 업종 생산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가 떠받쳤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을 비롯한 광공업 생산은 하반기 수출 회복과 반도체 호황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0.4% 증가했다. 자동차(-10.2%)와 기타 운송장비(-3.1%)가 위축했지만, 반도체(23.9%)가 주도하고 기계장비(5.5%)가 힘을 더해 산업 생산의 더 큰 감소를 막았다. 다만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3%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의 67.6% 이후 가장 낮았다.

반도체 호조에 따라 기업 투자는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특히 기계류(8.6%) 투자가 늘었고, 항공기 등 운송장비(-0.3%) 투자는 줄었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반도체 업종의 시설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복 조짐 보인 연말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0.2% 감소했다. 소비 감소는 ‘카드 대란’이 벌어졌던 2003년(-3.1%) 이후 처음이다. 경제 성장과 함께 매년 소비를 늘려온 한국 경제이지만, 지난해만큼은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의 효과로 승용차 등 내구재(10.9%) 소비는 늘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12.2%), 화장품 등 비내구재(-0.4%)는 덜 샀다.

어려웠던 한 해였지만, 가장 최근인 12월 지표를 보면 경기 회복 흐름이 나타난다. 지난해 12월에는 생산·소비·투자 3대 산업 지표가 모두 전월 대비 상승했다.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5% 늘었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도 각각 0.2%, 0.9% 늘었다. 산업 지표가 모두 오른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3개월 만이다.

홍남기 “회복의 시간 기대 커져”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1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5포인트 오르며 7개월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다만 김보경 과장은 “최근 금융지표와 실물지표의 괴리가 생기고, 코로나19 등 경제 외적 변수가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선행지수의 예측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주의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러 지표를 받아들고 보니 지난 코로나19 3차 확산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며 “한편으로는 향후 코로나 확산이 진정되고 지금의 수출 중심 회복 흐름에 내수 정상화까지 더해졌을 때 나타날 본격적인 ‘회복의 시간’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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