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 성분, 다발성경화증 증세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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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연구팀은 영국내 630명의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마리화나 성분이 근육 경직 등 다발성경화증 증세를 완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영국 플리머스대학 존 자지첵 박사가 이끈 연구팀의 실험 결과는 이번 주 의학 전문잡지 '랜싯(The Lancet)'에 게재됐다.

다발성경화증은 일반적인 신경계통 질환으로서 만성적인 근육 경직 및 경련, 통증, 피로감, 우울증 등의 증세를 유발한다.

연구팀은 실험대상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마리화나 추출물이 함유된 알약을 투약했고 다른 한 그룹에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마리화나 성분(THC)이 함유된 알약을 투약했다.

연구팀은 또 나머지 한 그룹의 실험대상자에게는 마리화나 성분이 없는 가짜 약을 투약하고 15주가 경과한 뒤 증세의 호전 여부를 물었다.

마리화나 추출물 함유 알약을 복용한 그룹에서는 57%가, THC 함유 알약을 복용한 그룹에서는 50%가 통증이 완화됐다고 답한 반면 가짜 알약을 복용한 그룹에서는 37%만이 통증의 완화를 인정했다.

근육 경직에 대해서는 첫번째 그룹에서 61%가, 두번째 그룹에서 60%가 증세가 완화됐다고 답한 반면 가짜 알약을 복용한 그룹에서는 46%만이 증세가 완화됐다고 답했다.

근육 경직도를 알아보는 '애시워스측정법'으로 근육 경직의 완화 여부를 객관적으로 측정했을 때 세 그룹에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 때문에 이 실험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연구팀은 물론이고 의학계 일각에서는 애시워스측정법이 환자가 느끼는미묘한 차이를 가늠할 만큼 민감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치료법의 효과를 평가하는데 환자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애버딘대학의 신경약리학 교수인 로저 퍼트위는 "객관적 측정 결과와 환자가 느끼는 관점 사이에 충돌이 빚어질 경우 환자의 느낌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 실험 결과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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