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독님이 '붐붐차(차범근)'처럼 두려워 말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화상인터뷰에 나선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 공격수 정우영.

화상인터뷰에 나선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 공격수 정우영.

독일프로축구 SC프라이부르크 공격수 정우영(22)과 27일 분데스리가 중계사 KBS를 통해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그의 오른쪽 눈썹 부근에는 반창고가 붙어있었다. 3일 전 슈투트가르트전 도중 상대 팔꿈치에 맞아 다친 부위다. 당시 얼굴에 피가 났지만 응급처치 후 다시 들어와 뛰었다. 정우영은 “얼굴을 만졌는데 피가 흘렀다. 처음이라 놀랐지만, 이기고 싶은 마음에 강해 빨리 치료해달라고 했고, 스테이플러를 찍고 다시 들어갔다”고 말했다.

분데스리가 샛별 프라이부르크 정우영 #지난달 칩슛 데뷔골, 최근 2호골 #부상투혼 불살라, 쌀포대로 몸키워 #프라이부르크 감독 "차범근 배워야" #시즌 목표 5골, 세배 세리머니 약속

정우영은 그 경기에서 전반 37분 결승골을 터트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앞서 지난해 12월21일 헤르타 베를린전에서는 손가락이 골절됐지만 붕대를 감고 출전했다. 그는 “부러진걸 알고 뛰었다. 내게 일분 일초가 너무 소중하다. 언제 또 필드에 나설지 모르는데 참고 뛰었다”고 했다.

부상투혼을 불사르는 정우영은 분데스리가 샛별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13일 빌레펠트전에서 그림같은 칩 슛으로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터트렸다. 프라이부르크 동료들은 라커룸에서 “역시 바이언(Bayern, 바이에른 뮌헨의 줄임말) 선수네. 한국가서 테크닉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바이에른 뮌헨전에는 결장했는데, 경기후 뮌헨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훈련 때 열심히 안했어?(웃음). 지난 경기에서 골 넣은거 봤다. 이렇게 하다보면 좋은기회가 올거고 올라설거다”라고, 뮌헨 토마스 뮐러는 “골 잘 봤어. 좋아진 것 같다”고 칭찬해줬다.

23일 슈투트가르트전에서 강력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드는 정우영. [AP=연합뉴스]

23일 슈투트가르트전에서 강력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드는 정우영. [AP=연합뉴스]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은 정우영의 친정팀이다. 인천 대건고 출신 그는 2017년 뮌헨과 4년6개월 계약을 맺었고, 같은해 뮌헨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데뷔전도 치렀다. 그는 “독일에서는 뮌헨 출신이라고하면 리스펙하는게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우영은 주전경쟁에 어려움을 겪어 2019년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했다. 주로 교체출전에 그쳤던 정우영은 지난 주말 슈투트가르트전에 4개월 만에 선발출전했고, 강력한 왼발슛으로 시즌 2호골을 터트렸다.

TV 중계로 봐도 몸이 확 달리진 걸 확인할 수 있다. 정우영은 “분데스리가는 확실히 힘과 피지컬이 다르다. 상남자 축구 느낌”이라며 “코로나19로 축구가 쉴 때 혼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2㎏ 쌀포대를 들고 팔 근력운동을 했다. 스피드가 떨어질까 걱정도 했지만 훈련으로 커버하려했다”며 웃었다.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56·독일) 프라이부르크 감독은 어지간해서는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잘 주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정우영은 “냉정한 분이다. 몸값이 높고 유명해도 경기력이 좋지 않으면 바로 다음사람에 기회를 준다. 안주하지 말라고 채찍질하고 공격포인트를 중요시하신다. ‘기회가 올 것이다’는 말을 자주하셨다. 경기장 밖에서는 장난 잘치고 많이 웃는 할아버지 느낌이다. 훈련날 삽으로 눈을 치우신다”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 공격수 정우영. [AP=연합뉴스]

프라이부르크 공격수 정우영. [AP=연합뉴스]

정우영의 빌레펠트전 칩슛은, 2010년 손흥민(29·토트넘)의 함부르크 시절 데뷔골과 비슷하다는 말도 나왔다. 정우영은 “저도 그 말을 듣고 찾아봤다. 제 슛은 골키퍼를 넘겼고, 흥민이 형은 아예 골키퍼를 제쳤다.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이고, 둘 다 어려운 골 같다”며 웃었다. 정우영은 “(2018년 아시안게임 당시) 독일 동료들이 ‘손흥민은 진짜 군대를 가야하는거냐’고 궁금해했다. (흥민이 형은) 분데스리가에서 살아남아 더 높은 무대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우영은 독일에서 손흥민 만큼 ‘차붐’ 차범근(69)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정우영은 “감독님(슈트라이히)이 ‘붐붐차’를 아느냐. 정말 유명한 선수였다. 빠르고 저돌적이고 일대일 상황에서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부분을 배워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생활적인 부분이나 경기장에서 태도가 달랐다고 하셨다. 정말 위대한 선수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손흥민의 ‘카메라 세리머니’와 달리, 정우영은 아직 자기만의 골 세리머니가 없다. 정우영은 “올 시즌 시작할 때 목표로 5골을 잡았다. 곧 설인데, 3호골을 넣으면 ‘절(세배) 세리머니를 하겠다. 빨리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늦은시간에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다. 얼굴 다친걸 걱정해주시는데 괜찮다”고 말했다.

정우영은 이강인(20·발렌시아)과 함께 23세 이하(U-23) 선수들이 출전하는 도쿄올림픽 출전을 노린다. 둘 다 인천 유스팀 출신으로, ‘날아라 슛돌이’ 촬영 때 ‘6학년’ 정우영이 ‘4학년’ 이강인을 막은 적도 있다. 정우영은 “당시 기억이 많이 난다. 강인이가 자기가 지나가면 쓰러져달라고 했다. 배우였다”고 웃은 뒤 “지금도 항상 연락한다. 좋은 경기를 하면 서로 축하메시지를 보낸다. 올림픽은 저도 강인이도 꼭 가고싶은 무대다. 올림픽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아 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괜찮아져서 올림픽이 열리게 된다면, 강인이랑 함께 경기를 뛰며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