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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한집 한명 검사'에 2㎞ 대기줄…국민청원까지 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시청 앞에 마련된 선별검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2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시청 앞에 마련된 선별검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가 ‘한 가구당 한 명 이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진단검사 의무화 첫날인 26일 지역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예고 없이 갑자기 검사에 응하라는 통보를 받은 시민은 당혹감을 표시했고, 궂은 날씨 속 한꺼번에 시민들이 몰려든 검사소 앞은 대기 줄이 길게 만들어졌다. 17만5000여 세대가 검사 대상이다 보니 줄이 길게 이어지는 상황은 27일에도 되풀이됐다.

 앞서 포항시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한 가구당 한 명 이상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동(洞) 지역과 연일·흥해읍에 위치한 전체 가구가 대상이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26일부터 31일까지 도심밀집지역인 동 지역 전역과 연일·흥해읍 주요 소재지 가구당 1명 이상은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대상 세대는 지난달 기준 15개 동 14만5420세대와 연일·흥해읍 2만9713세대를 합쳐 모두 17만5133세대다.

 검사 첫날인 26일 오후부터 지역별로 임시 선별검사소가 운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부터 일찌감치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나온 시민들이 기존 남·북구보건소와 양덕한마음체육관 선별진료소에 몰렸다. 대기 줄이 길어지면서 검사를 받기까지 1~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차량에 탄 채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를 운영 중인 한마음체육관 주변 도로는 약 2㎞ 거리의 차량 대기 줄이 만들어지면서 차량 정체를 일으켰다. 포항시 남구 대도동에 사는 권모(38)씨는 “전날 오후 10시30분에 갑자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가 와서 당황스러웠는데 대기 줄까지 길어지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 양덕한마음체육관에 마련된 선별검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이 몰고 온 차가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 양덕한마음체육관에 마련된 선별검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이 몰고 온 차가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불만을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감염자 색출에만 급급해 일방적으로 코로나 검사 시행을 명령한 포항시의 행동을 멈추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다. 이 청원인은 “검사 장소는 16곳으로 지정됐지만, 시골 어르신은 버스를 타고 나와야 하는 상황이며 지정 장소와 원거리라서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되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27일 오전 11시 현재 9836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포항시는 선별진료소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진단검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검체 채취와 운영 지원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고 시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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