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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박원순·오거돈에 김종철까지…또 진보 성추행 퇴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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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철 대표. 오종택 기자

정의당 김종철 대표. 오종택 기자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성추행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하며 25일 당대표에서 전격 사퇴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폭력 사건으로 물러나 법의 심판을 받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폭력 의혹에 휩싸여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진보진영에서 또다시 성 관련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정의당은 그동안 민주당과 거리를 두며 공공기관 성폭력 방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파장을 가져왔다. 또한 사회적 젠더 감수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으나 김 대표의 성추행 사태로 이 같은 시도는 무색해졌다. 피해자가 장혜영 의원이라는 점에서도 사건의 충격은 크다. 국회의원임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폭력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 오거돈 전 부산시장(가운데)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투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뉴스1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 오거돈 전 부산시장(가운데)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투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뉴스1

진보진영의 도덕성이 연이어 타격받게 된 시작은 2018년 비서의 성폭행 폭로로 자리에서 물러난 안 전 지사였다.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의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총선 직후인 2020년 4월 23일 오 전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있었고 강제추행으로 인지했다”며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은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6월과 12월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의 기각으로 구속은 면했다.

사상 첫 3선 서울시장 고지에 올라 차기 대선 도전이 유력했던 여권 잠룡 박 전 시장은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지 하루만인 지난해 7월 10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엄청난 충격을 줬다. 박 전 시장의 사건을 둘러싸고는 여권에서 고소인에 대해 사용한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 등을 둘러싸고 2차 가해 등 극심한 논란이 이어졌다. 법원은 지난 14일 다른 사건의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피해를 보았음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놓았다.

이 밖에도 정봉주 전 의원 등이 2018년 성추행 의혹에 휘말려 재판을 받고 있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영입인재 2호이던 원종건 씨가 옛 여자친구의 미투 폭로로 당을 떠났다.

한편 25일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이날 긴급 전국위원회 간담회에서 “오늘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리게 됐다”며 “지난 1월 15일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 장혜영 의원”이라고 밝혔다.

배 부대표는 “정의당 당규 제7호 제21조의 선출직 당직자 징계절차 특례 조항을 들어 김 대표의 직위해제를 건의했다”며 “오늘 열린 정의당 대표단 회의에서 당 징계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직위해제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라며 “가해자인 김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머리 숙여 피해자께 사과드립니다.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도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의 행동은 그간의 발언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정치의 아주 기본적인 것은 신뢰고 내로남불은 안 된다”며 “두 선거 모두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시작됐기 때문에 민주당의 당헌·당규에 의해 후보를 내면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박 전 시장 사망 당시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조문을 하지 않았던 장혜영, 류호정 의원에 대해 “피해자와 연대하는 측면에서 조문을 가기 어렵다는 발언을 이해할 수 있다”며 “정의당은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절대로 외면해선 안된다”고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 사과하는 정의당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왼쪽)와 정호진 수석대변인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으로 인한 사퇴에 대해 설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 사과하는 정의당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왼쪽)와 정호진 수석대변인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으로 인한 사퇴에 대해 설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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