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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가 미-중 경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꿀팁'

중앙일보

입력

바이든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며 중국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중국 정책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사진을 들고 점을 치는 페루의 주술사들 [AP=연합뉴스]

바이든 사진을 들고 점을 치는 페루의 주술사들 [AP=연합뉴스]

새해에도 계속될 미·중 경쟁, 우리만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바로 붙어있는 중남미 대륙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하던 지난 4년간 미국-중남미 관계는 물론 중국-중남미 관계도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남미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곳이다. 긍정적인 면에서도, 부정적인 면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중국과 부쩍 가까워졌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다. 그러면서도 중남미를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은 있어, 지난 4년간 이 대륙에 보낸 미국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중국과 거래하지 마. 그 돈 위험하다니까."

그러나 이 말이 먹혔을까?

중국 시노백 백신을 들여온 브라질 상파울루 주지사 [AFP=연합뉴스]

중국 시노백 백신을 들여온 브라질 상파울루 주지사 [AFP=연합뉴스]

미국 입장에선 아쉽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중남미 대륙에서 가장 큰 무역 파트너가 됐다. 브라질과 칠레·페루·우루과이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에너지 인프라, 댐 건설, 항구, 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 등을 지원하며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갔다. 싼 이자에 빌려주는 돈도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이 발을 더 깊이 들이는 계기가 됐다. 마스크, 인공호흡기 등을 보내 전방위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부에 퇴짜 맞은 베네수엘라에 의료 지원 등을 하며 '유대'를 과시했다.

브라질이나 멕시코처럼 땅덩이가 크지 않은 이 지역 중소국들은 "미국보다 중국과 이웃 브라질이 더 중요하다"(로이터)고 볼 정도다.

멕시코 장벽 건설을 추진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멕시코 장벽 건설을 추진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그러니 이런 말이 나온다. "트럼프가 한 일은,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이 더 좋은 파트너'라고 여기게 만들었다는 것뿐이다."(로이터통신)

그렇다고 수십 년간 강력한 영향을 미치던 미국과 완전히 멀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라도 중남미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의 무능함은 내가 취임한 첫날에 끝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동맹'을 강조하는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 중남미에 더 많은 투자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안할 것이라 보고 있다. 트럼프가 내팽개친 파트너십을 복구하겠단 강력한 의지다. 미국 상원에서도 중남미와 외교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인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부분 나라가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는 지금, 중남미 대륙은 미국에 놓칠 수 없는 곳이 되어서다.

그래서일까. 두 강대국이 동시에 달콤한 말을 쏟아내는 이 때야말로 중남미가 미·중 경쟁을 활용하기에 '최적의 때'라는 말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강력한 두 힘이 대결하는 장이 되어버린 중남미에서, 이들 국가들은 이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아웃'이라는 메시지를 들고 시위하는 아르헨티나 시민들 [EPA=연합뉴스]

'중국 아웃'이라는 메시지를 들고 시위하는 아르헨티나 시민들 [EPA=연합뉴스]

어떻게 해야 한단 얘기일까. 전문가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자주의 외교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우선 중남미 국가들끼리 연대해야 어느 한 쪽에 끌려가는 걸 막을 수 있단 얘기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 국가를 선택해야 하는 덫을 피해야만 한다"는 조언이다. 그러는 동시에, 경쟁적으로 구애하는 양국 모두와 적절한 파트너십을 맺는다면 "수많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더 디플로맷)는 전망이다.

중남미 입장에선 조짐도 좋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중국의 중남미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확 늘어났는데, 남미 국가들에겐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미국에선 중국 제품들의 가격이 오르며 중남미 제품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그러나 제대로 처신하지 못하면 자칫 양쪽에서 모두 압박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지난 2018년 중국과 수교하기 위해 대만과 단교해버린 도미니카공화국과 엘살바도르, 파나마가 미국에 호되게 '찍힌' 일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 등 다른 강자들과의 파트너십 형성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중남미는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던 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강자 중국에 마냥 끌려다니지 않으며 우뚝 설 수 있을까. 국제사회가 이 대륙을 주목하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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