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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부추긴 음모론, SNS 타고 날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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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호 06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 난입 시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단체들이 참여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특히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이 폭력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큐어넌의 대표적인 음모론 ‘3종 세트’는 ▶코로나19 조작설 ▶마스크·백신 무용론 ▶‘딥 스테이트’의 선거 조작 및 언론 장악설 등이다.

퓰리처상 수상 아데어 교수 #양분된 미국 정치 상황 반영 #자신이 듣고 싶은 뉴스만 들어

빌 아데어

빌 아데어

이들이 어쩌다 기존 미디어를 철저히 불신하면서 음모론에 귀를 기울이게 됐을까. 이에 대해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는 “미국 내 음모론자들의 확산은 정치적 양극화의 산물로, 철저하게 양분된 미국의 정치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데어 교수는 2007년 팩트 체크 사이트인 ‘폴리티팩트’를 만들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언론인 출신이다.

아데어 교수는 “최근 수년간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존의 주류 언론이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믿으며 자신들이 듣고자 하는 뉴스를 생산하는 정파성 강한 매체에서만 정보를 얻어 왔다”며 “이들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믿고 있는 것도 정보를 얻는 통로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언급했다. “최근 몇 년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언론을 믿지 말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면서 지지자들은 기존 언론이 진실을 보도해도 믿지 않게 됐다”며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정파성이 강한 매체는 거짓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보낼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루머 등 미국 역사에서 음모론은 줄곧 존재했지만 지금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란 날개를 달았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럴수록 미디어 종사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진실을 보다 효과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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