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왜? 아이를 잘 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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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귀찮은 존재로 느끼지만 다른 동물이 겪는 고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기는 소.돼지.닭.오리 등을 가리지 않는다. 사람으로부터 빠는 피는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다.

소나 돼지가 모기에게 더 인기인 이유는 모기가 '피 사냥'에 나설 때 후각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시각으로 판별하는 범위는 불과 1~2m. 이에 비해 동물 몸에서 발산되는 아미노산.젖산 등의 냄새는 무려 15~20m 밖 거리에서, 이산화탄소는 10~15m 밖에서도 감지한다.

사람은 하루 2백50㎖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지만 소는 사람의 10배에 가까운 2천㎖나 배출한다. 고신대 생물학과 이동규 교수는 "대기 중에는 보통 0.03%의 탄산가스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30분의 1만 변화해도 모기는 감지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어린이가 어른보다 모기에 잘 물리는 것도 호흡량이 많아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임신 중인 여성도 호흡량이 많아 모기에 물릴 확률이 보통 사람보다 2배쯤 높다.

모기는 암컷만 피를 빤다. 수컷은 식물즙이나 이슬 따위로 고상하게 배를 채운다. 암컷도 평소 자신의 식욕을 채우기 위해서는 피를 찾지 않는다. 피는 암컷 모기의 뱃속에 든 수정란에게 제공되는 동물성 단백질 영양분일 뿐이다. 6개월을 사는 암모기는 50~60차례에 걸쳐 피 사냥에 나선다.

동물의 몸 위에 일단 앉은 모기는 여기저기 주둥이를 집어넣었다 뺐다 하면서 혈관을 찾는다. 한 번에 10여초씩 몇차례 실패를 거듭한 뒤에 마침내 혈관이 잡히면 과감하게 피를 빨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모기는 모두 6개의 관을 찔러넣는다.

구멍을 뚫는 관, 피를 빨아올리는 관, 빨아올리는 동안 피가 응고되지 않도록 침을 내보내는 관 등이다. 모기에 물린 부위가 불그스레하게 부어오르고 가려운 것은 바로 이 침안의 히스타민이란 성분 때문이다.

모기가 무서운 건 물린 뒤 가렵거나 따가워서만은 아니다. 모기는 말라리아.뇌염.댕기열 등 무서운 질병을 옮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해마다 말라리아에 3억~5억명이 감염돼 2백79만명이 죽는다. 국립보건원 의동물과 이원자 연구관은 "각종 바이러스는 모기의 침샘 속에 대기하고 있다가 모기가 사람을 물 때 내보내는 침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된다"고 말한다.

'중국얼룩날개모기'는 말라리아를, '토고숲모기'는 사상충을 전염시킨다. 뇌염은 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 빨간집모기에 물릴 경우 걸린다. 이렇듯 특정한 모기 종류에 물려야 그 병에 걸리는 것은 병원균은 자신의 생리환경에 딱 맞는 모기의 몸에서만 증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에이즈 바이러스는 모기를 통해 옮지 않을까. 이 동규 교수는 "에이즈에 감염된 1백만 마리의 모기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당해야 에이즈가 옮는다"며 "이는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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