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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미세먼지 역대 최저치 찍은 4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수준을 보인 지난해 12월 30일 경기도 수원시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 창룡문을 찾은 시민들이 파란 하늘 아래 성곽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수준을 보인 지난해 12월 30일 경기도 수원시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 창룡문을 찾은 시민들이 파란 하늘 아래 성곽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전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초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국 472개 국가대기오염측정망의 관측값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당 1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당초 목표였던 20㎍/㎥보다 낮았다고 4일 밝혔다.

이 농도는 초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또 2019년(23㎍/㎥)보다 17.4%(4㎍/㎥)가량 감소해 2015년 이래 가장 큰 연간 감소 폭을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농도 어떻게 변했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초미세먼지 농도 어떻게 변했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36㎍/㎥~)인 날도 총 27일로 전년보다 20일이나 줄었다. 최악의 공기질 수준인 ‘매우나쁨’(76㎍/㎥ 이상)일 수도 재작년에는 6일이나 발생했지만, 지난해에는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좋음’(15㎍/㎥ 이하)일 수는 154일로 2019년 대비 39일 증가하는 등 관측 이래 청명한 날이 가장 많았던 한 해로 기록됐다.

코로나19·중국·기상·계절관리제

코로나19의 여파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코로나19의 여파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이유를 4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다. 코로나19로 인해 에너지 소비는 물론 교통량도 줄면서 오염물질을 덜 내뿜어 공기질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량(1∼9월)은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선박 입출항 수(1∼10월) 역시 전년보다 7.6%가량 감소했으며, 항공 운항편 수(1∼11월)는 무려 43.7%나 줄었다.

고농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중국발 미세먼지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이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하면서 중국 전역 337개 지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2014년 62㎍/㎥에서 2020년(1~11월) 31㎍/㎥로 지난 6년 동안 50%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비가 많이 내리는 등 기상 요인도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전국 평균 강수량은 1588.3㎜로 2019년 1184.7㎜에 비해 34.1% 증가했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대기 정체일수(평균 풍속이 2m/s 이하인 날)는 지난해 245일로 전년(256일)보다 4.3%가량 줄었다.

이 밖에도, 지난겨울에 처음 도입된 계절관리제 등 강화된 국내 대기오염 규제 정책도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데 효과를 봤다고 국립환경과학원은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와 함께 지역별 대기오염물질배출량 변화 등 지난해 초미세먼지가 개선된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을 할 예정이다.

김영우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2020년 초미세먼지 농도는 관측 이래 가장 낮은 농도를 나타냈지만, 아직은 기상 등 외부요인에 따라 언제든지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의 탄소 중립 전략에 발을 맞춰 산업·수송·발전 등 부분별 대책을 강화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동시에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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