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초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국 472개 국가대기오염측정망의 관측값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당 1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당초 목표였던 20㎍/㎥보다 낮았다고 4일 밝혔다.
이 농도는 초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또 2019년(23㎍/㎥)보다 17.4%(4㎍/㎥)가량 감소해 2015년 이래 가장 큰 연간 감소 폭을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36㎍/㎥~)인 날도 총 27일로 전년보다 20일이나 줄었다. 최악의 공기질 수준인 ‘매우나쁨’(76㎍/㎥ 이상)일 수도 재작년에는 6일이나 발생했지만, 지난해에는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좋음’(15㎍/㎥ 이하)일 수는 154일로 2019년 대비 39일 증가하는 등 관측 이래 청명한 날이 가장 많았던 한 해로 기록됐다.
코로나19·중국·기상·계절관리제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이유를 4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다. 코로나19로 인해 에너지 소비는 물론 교통량도 줄면서 오염물질을 덜 내뿜어 공기질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량(1∼9월)은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선박 입출항 수(1∼10월) 역시 전년보다 7.6%가량 감소했으며, 항공 운항편 수(1∼11월)는 무려 43.7%나 줄었다.
고농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중국발 미세먼지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이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하면서 중국 전역 337개 지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2014년 62㎍/㎥에서 2020년(1~11월) 31㎍/㎥로 지난 6년 동안 50%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비가 많이 내리는 등 기상 요인도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전국 평균 강수량은 1588.3㎜로 2019년 1184.7㎜에 비해 34.1% 증가했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대기 정체일수(평균 풍속이 2m/s 이하인 날)는 지난해 245일로 전년(256일)보다 4.3%가량 줄었다.
이 밖에도, 지난겨울에 처음 도입된 계절관리제 등 강화된 국내 대기오염 규제 정책도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데 효과를 봤다고 국립환경과학원은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와 함께 지역별 대기오염물질배출량 변화 등 지난해 초미세먼지가 개선된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을 할 예정이다.
김영우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2020년 초미세먼지 농도는 관측 이래 가장 낮은 농도를 나타냈지만, 아직은 기상 등 외부요인에 따라 언제든지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의 탄소 중립 전략에 발을 맞춰 산업·수송·발전 등 부분별 대책을 강화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동시에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