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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거부 의대생 구제 위해, 올 국시 상·하반기 2번 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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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전국의 의대 본과 4학년생들에게 사실상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 기회를 주려 2021년도 하반기 시험을 2회로 나눠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간 공식적으로는 “재응시는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결국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신규 의사 부족, 의료 공백 우려 #1월 시험 위해 의료법 개정키로 #일부 ‘잘못된 선례 남긴다’ 지적엔 #정부 “코로나 극복 위한 특별조치”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2021년도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2회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상반기 시험은 1월 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시 필기는 오는 1월 7~8일 치러진다. 정부는 나흘 뒤(12일) 국시 실기 공고를 내고, 23일부터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통상 국시 실기는 매년 하반기 치러진다. 현 본과 4학년생이 응시 대상인 제85회 국시 실기는 이미 지난해 11월 10일로 모두 끝났다. 정부의 방침은 2021년도 86회 국시 실기를 상·하반기 둘로 쪼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상반기 시험은 본과 3학년이 응시하지 못한다. 사실상 국시 실기를 거부한 본과 4학년생에 ‘재응시’ 기회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복지부는 국시 실기 상반기 시행을 위해 의료법 시행령도 고치기로 했다. 시행령상 의사 국시를 치르려면 시험 90일 전에 시험 실시에 필요한 사항을 공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법대로라면 시험은 오는 4월에야 가능하다. 아울러 복지부는 국방부·병무청과 협의해 오는 2월 10일 마감인 공중보건의(공보의) 신청기한도 2주간 연장할 계획이다.

정부는 그간 국시 재응시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9월 24일 의대생들이 “시험에 응시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재응시 기회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정부의 입장 선회는 초유의 신규 의사 부족난을 우려해서다. 앞서 지난해 8월 의대생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확대·공공의대 신설 등 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며 국시를 거부했다. 의사면허는 국시 필기·실기를 모두 통과해야 발급된다. 면허가 없으면 의료행위가 불가하다. 그러나 지난해 국시 실기 전체 응시 대상자 3172명 중 446명(14.1%)만 시험을 치렀다.

단순 계산으로 2021년에 2700여명의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는다. 이 경우 민간병원이 없는 의료취약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보의의 경우 300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제대하는 공보의 빈자리를 신규 공보의로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또 상당수 의대 졸업생이 지원하는 대학병원 인턴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시가 치러지지 않으면 의료현장의 과부하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가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기일 실장은 “코로나19 상황을 최대한 극복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라며 “(의대생처럼 집단행동 와중에) 단체로 시험을 거부했을 경우 결코 같은 방법으로 대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간 국시 재응시를 요청해온 의료계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도 환영성명을 내지 않았다. 재응시를 반대해온 국민 여론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의대·의전원 협회 관계자는 “각 대학에 현 진행 상황을 알리는 정도만 공지가 나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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