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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날선 반응에도 '국민의 검찰'···'국민' 14번 쓴 尹 신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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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8월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8월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1일 새해 신년사에서 "국민만 바라보고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이란 단어를 14차례 사용하며 '국민의 검찰'을 또다시 강조했다. 새해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권 남용 우려에 대해 "피의자의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라고도 했다.

경찰 수사권 남용 우려 "피의자 방어권 보장돼야"

국민만 바라보고 좌고우면 말라 

윤 총장은 이날 발표한 '2021년 신축년 신년사'에서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은 '인권 검찰'의 토대가 된다"며 "공정한 검찰은 편파적이지 않고, 선입견을 갖지 않으며, 범죄방지라는 공익을 위해 부여된 우월적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고, 국민의 검찰이란 오로지 그 권한의 원천인 국민만 바라보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수사권 남용 우려를 의식한 듯 방어권 보장도 강조했다. 총 8페이지 중 3페이지나 여기에 할애했다. 그는 "공정한 형사법 집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윤 총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의 시행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발견되거나 법원, 경찰 등 유관기관과의 관계에서 애로사항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권 비대, 수사권 남용 경계"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우려를 전하면서는 "민생경제가 매우 어려우므로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일시적인 과오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그 사정을 최대한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은 "공직자로서의 몸가짐도 각별히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라임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검사 1명이 기소된 사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년사에 대해 검찰 고위간부는 "강자의 범죄에 엄격하면서도 검찰권 비대와 수사권 남용을 경계하는 평소 소신을 담은 것"으로 해석했다. 또다른 검찰 간부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경찰권 남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사 대상자에 대한 인권 보장을 위한 통제와 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봤다.

여권 날 선 반응에도 '국민의 검찰' 또 언급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명령 효력 임시 중단 결정이 나오자마자 청사로 출근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명령 효력 임시 중단 결정이 나오자마자 청사로 출근했다. [연합뉴스]

윤 총장은 그간 검찰개혁 방향을 밝히는 자리마다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을 강조해왔다. 지난 1일 윤 총장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직무배제에서 복귀한 뒤 전국 검찰 공무원에게 메일을 보내 "검찰이 공정하고 평등한 형사법 집행을 통해 국민의 검찰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앞서 지난달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한 강연에서도 "공정한 검찰은 형사사법 절차에서 당사자 간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고, 국민의 검찰은 검찰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여권은 윤 총장의 '국민의 검찰'을 언급할 때마다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등 선출 권력의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주장에 가깝다. 검찰이 국민에게 직접 권한을 수권했기 때문에 국민에게만 (검찰이) 직접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검찰을 세우려는 정부의 노력을 거스르며 시민들에게 정치검찰, 조폭검찰의 탄식을 불러온 소행은 과연 누구의 것이었나 궁금하다"고 했다.

박범계·추미애도 강조했던 '국민의 검찰'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을 선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범계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을 선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범계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 검찰'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언급한 바 있다. 추 장관은 지난 16일 고위공직자수사처 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 후 가진 브리핑에서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 속에서 검찰이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닌,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이 원하는 정의를 구현하는 '국민의 검찰'로 나아갈 것"이라며 검찰개혁 완수 의지를 드러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지명자는 30일 지명 직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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