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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 '글로벌 코로나 민폐' 이번엔 호주서 '노마스크 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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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영국이 코로나19 민폐국이라는 오명을 안게 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스위스와 호주에서 각국의 방역 지침을 위반한 영국 여행객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호주 당국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기는 영국 관광객을 추방하겠다고 경고했다.

스위스서 영국인 집단 이탈 이어 호주서도 논란

지난 2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브론테 해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파티를 즐기고 있다. [인스타그램 @stucrabb 캡처]

지난 2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브론테 해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파티를 즐기고 있다. [인스타그램 @stucrabb 캡처]

29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 25일 뉴사우스웨일즈주(NSW) 시드니 동부에 위치한 브론테 해변에서 수백명이 참석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NSW주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실외 5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만큼 엄연한 방역 지침 위반이었다. 그러나 파티 참석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참석자 가운데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키지 않은 채 여럿이 모여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이 파티의 참석자 상당수가 영국인 배낭여행객이었다는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당시 가족과 해변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는 호주 언론인 피터 한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식 억양을 분명히 들었고, 몇몇은 영국 축구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면서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돼 자리를 피해야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신고가 이어지면서 호주 경찰도 출동했다. SNS에는 파티 참석자를 해산시키려는 호주 경찰과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찍은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NSW주는 지난 몇 달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감소세를 기록하다가 최근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해 다시 방역을 강화하던 중이었다. 이에 따라 해마다 열리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주변에서의 불꽃놀이 행사도 모두 취소됐다.

더욱이 성탄절을 앞두고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4명 발생한 데 이어 남아공발 감염자 1명까지 나오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2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브론테 해변 인근을 지나던 호주 언론인 피터 한남이 트위터에 올린 현장 사진. [트위터 캡처]

2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브론테 해변 인근을 지나던 호주 언론인 피터 한남이 트위터에 올린 현장 사진. [트위터 캡처]

이런 가운데 영국 배낭여행객이 '노마스크 파티'를 열었다는 소식은 현지인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NWS주 보건부 장관인 브래드 하자드는 “많은 배낭여행객이 유럽의 봉쇄 조치를 피해 호주로 건너와 자유를 즐기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파티가 '슈퍼전파 행사'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앨릭스 호크 호주 이민장관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낭여행객들에게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호크 장관은 시드니 라디오에 출연해 “브론테 비치에서 벌어진 광경은 충격적이었다”며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영국 배낭족과 그외 외국 여행객들을 추방하겠다”고 경고했다. 호크 장관은 현행 이민법상 공중보건과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비자를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가 코로나19 방역을 위반한 외국인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 밝히지 않아 보여주기식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스위스의 한 스키장에서 영국 관광객들 수백명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자가격리를 무시하고 무단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위스는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영국인 관광객 420명에게 열흘간의 자가격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격리 하루 만에 200명이 집단 탈출한 데 이어 나머지 200여명도 자취를 감췄다. 현재는 12명 만이 격리 장소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영국인 관광객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스위스 사회는 물론이고 영국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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