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배민 M&A' 승인後, K-유니콘 반발…요기요는 누가 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배민 사려면 요기요 팔라”는 강수에, “요기요 판다”는 즉답이 나왔다. 'K-유니콘'들은 “우리 앞길 막는다” 반발하고, 업계는 ‘2조짜리 요기요, 누가 살까’ 계산이 급해졌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기요 매각 조건으로 딜리버리히어로(DH)-배달의민족 결합 승인’을 발표한 뒤 벌어진 상황이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는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를 운영한다. 사진 뉴스1.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는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를 운영한다. 사진 뉴스1.

무슨 일이야

DH의 기업결합 승인 요청이 있은지 1년만에 결론이 났다. 공정위의 답은 ‘DH가 배민 합병하려면 요기요 팔아라’였다. 배달앱 1·2위의 결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 지켜보던 스타트업들은 우울하다.

· DH는 배민 인수를 위해 공정위의 조건을 받아들인다고 즉시 밝혔다. 요기요·배달통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의 지분을 전부 매각하겠다는 것.
· 국내 1500개 스타트업이 소속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DH의 수용 여부와 무관하게, 공정위의 결정은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28일 공식 입장을 냈다.

관련기사

이게 왜 중요해 

DH-배민 결합은 공정위가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온라인 플랫폼을 심사한 첫 사례다. 벤처업계가 보기엔 정부가 보수적으로 결정했다. 업계에선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강해질 신호'라고 본다.

· 쇼핑·금융·부동산·택시호출 같은 각종 거래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뤄진다. 직방·야놀자·토스·컬리 같은 유니콘 및 예비유니콘들이 속속 등장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 이들은 ‘시장 획정’에 민감하다. 공정위의 시장 구분에 따라, 유니콘이 ‘독과점 업체(시장지배적 지위)’로 분류될 수 있어서다. 그러면 사업 확장이나 인수·합병(M&A)에 제한이 따른다. 공정위가 시장을 잘게 나눌수록 그렇다.
· 공정위는 이번 심사에서 음식 배달의 ‘전화 주문’과 ‘프랜차이즈 앱’, ‘인터넷 검색’, ‘배달 앱’을 각기 다른 시장이라고 봤다. ‘네이버 검색’이나 ‘맥도날드 앱’이나 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얼마든, ‘배민-요기요-쿠팡이츠’ 등만 놓고 그 안의 점유율로 독과점을 따진다는 얘기다.
· 공정위는 쿠팡이츠의 급성장을 인정하면서도 ‘경쟁 상대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쿠팡이츠는)전국 시장으로는 점유율 5% 미만이라 배민-DH에 충분한 경쟁압력이 안 된다”는 것.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하는 쿠팡이츠의 거래금액과 전국 서비스인 배민·요기요의 거래금액을 비교했다.
· 코스포는 “쿠팡이 최근 동영상서비스(OTT)에도 진출하는 등 플랫폼의 분야는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며 “공정위는 디지털 경제의 역동성을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28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앱 사업자 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28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앱 사업자 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K-유니콘들은 왜?

스타트업계는 ‘공정위 결정으로 유니콘의 M&A와 엑시트는 더 험난해졌다’고 반발한다.

· 배민은 국내 6번째 유니콘이자, 최초의 엑시트(exit) 유니콘이다. 엑시트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들인 돈을 성공적으로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 쿠팡·토스·직방·야놀자·위메프 같은 유니콘 및 예비유니콘 기업들은 시장 판도를 바꾸며 성장했지만, 아직 엑시트는 못 했다. 예상보다 까다로운 공정위의 배민 M&A 심사에 업계가 민감한 이유다.
· 유효상 숭실대 교수는 “유니콘의 엑시트가 활발해야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며 “정부가 스타트업을 키운다면서 M&A에 부정적인 것은 이중적”이라고 말했다.

요기요는 어디로

2조원 안팎인 요기요의 몸값을 감당할 기업은 누굴까. 공정위가 내민 매각 기한은 내년 6월. 벤처캐피털(VC)업계는 몇몇 후보군을 거론한다.

· 플랫폼 DNA를 지닌 네이버·카카오의 이름이 나온다. 그러나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배달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배달대행 시장에 투자자로 뛰고 있다. 업계 1·3위인 생각대로·부릉의 대주주다.
· 카카오는 ‘주문하기’·‘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지역 음식점과 이미 접점이 있다. 하지만 중소상인과 연계한 사업은 수수료 논란 같은 특유의 대외 리스크가 있다. 카카오가 요기요를 인수해 직접 시장에 뛰어들 이점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인수시 시너지 효과가 클 쪽은 쿠팡이다. 플랫폼 산업에서 중요한 건 1등이 되는 건데, 요기요를 인수하면 쿠팡이츠가 단숨에 업계 2위가 된다. 5조원에 가까운 쿠팡의 누적 적자가 걸림돌이지만, 쿠팡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최근 배달 앱 도어대시에서 큰 투자 수익을 본 건 또 다른 변수다.
· 음식배달에 최근 공을 들이는 우버, 5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중국판 배달의민족 메이퇀, 동남아 수퍼앱 그랩 같은 글로벌 강자들도 거론된다. 자금이 풍부한 외국계 사모펀드도 후보군이다.
· 이마트·롯데 같은 유통 대기업도 후보군이다. 배송망이야 이미 있지만, 라스트마일을 담당할 근거리형 배달 채널의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

해외는 어때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자 해외에서도 M&A가 활발하다. 업계 순위도 급변한다.

· 2018년까지는 그럽허브가 미국 음식배달 시장 과반을 점유했다. 도어대시, 우버이츠가 뒤를 이었다.
· 2019년 시장이 요동쳤다. 2위였던 도어대시가 지난해 미국 시장 1위(점유율 51%)를 탈환했다. 같은 해 경쟁사 ‘캐비어’를 인수하고 직접배달을 늘린 결과다. 소프트뱅크가 여기에 7500억원의 자금을 댔다. 도어대시는 지난 9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다. 소프트뱅크의 지분 가치는 이날 기준 17배로 불어났다.
· 3위 업체인 우버이츠도 M&A 전에 뛰어들었다. 그럽허브를 인수하려다 실패하자 곧바로 4위 업체인 포스트메이츠를 인수해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심서현·박민제 기자 shshim@joongang.co.kr

팩플레터 구독은 여기서→https://url.kr/qmvPIX

뉴스가 답답할 땐, 팩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