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배민 인수하려면 6개월 안에 요기요 팔아라"…M&A 조건부 승인

중앙일보

입력 2020.12.28 12:00

업데이트 2020.12.28 17:09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사업자 간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사업자 간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승인인 듯하지만 완전한 승인은 아니다. 배달의민족을 사려면 요기요를 팔아야 한다.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의 계획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공정위는 28일 국내 1위 배달애플리케이션(앱) 배민과 2위 요기요 사업자 간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지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생기는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요기요 운영사인 DH코리아 지분은 100% 매각하라는 조건이다.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 간의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 혜택 등이 줄고 음식점 수수료는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DH는 앞으로 6개월 안에 DH코리아 지분 전부를 제3자에게 팔아야 한다. 만약 6개월 내 매각을 할 수 없을 경우 추가로 6개월의 기한을 더 주기로 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앱 사업자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앱 사업자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이 기간 요기요에 대한 ‘현상유지 명령’도 내렸다. 매각 전까지 요기요의 가치를 고스란히 보존하라는 얘기다. DH는 요기요를 팔 때까지 ▶음식점 수수료율을 변경할 수 없고 ▶소비자에게 이전에 제공했던 것 이상의 프로모션 비용을 사용해야 하며 ▶앱 연결·접속 속도, 이용자 화면 구성, 제공 정보 등을 바꾸거나 배민 등 다른 앱으로 전환을 강제·유도할 수 없다. 공정위는 또 ▶배달원의 근무조건 등을 불리하게 변경 금지 ▶요기요의 정보자산을 배민으로 이전하거나 공유 금지 ▶요기요와 다른 배달앱을 분리해 독립 운영 등의 제한을 걸었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99.2%”

 공정위가 두 기업의 결합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핵심은 ‘양사의 사업 영역을 어디로 보냐’였다. 공정위는 이 ‘시장 획정’ 과정에서 두 회사가 배달앱 시장, 음식 배달대행 시장, 공유주방 시장을 나눠 갖는다고 봤다.

공정위가 본 ‘배달앱 시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정위가 본 ‘배달앱 시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두 회사는 배달앱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갖게 된다. 거래금액을 배달앱 시장의 점유율로 보면 두 회사의 점유율이 99.2%(2019년 기준)에 이른다.

 배달앱 시장에서의 지배력은 음식 배달대행, 공유주방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DH 측은 시장 획정을 배달앱뿐만 아니라 전화 주문 시장으로까지 넓혀 보면 두 회사의 점유율이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핵심 쟁점 떠오른 쿠팡이츠

 앞서 DH는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음식 배달 시장에서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DH 입장에선 쿠팡이츠의 성장세가 특히 위협적이었다. 지난 23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법원 판결에 해당)에서 DH 측은 “현재의 점유율이 미래의 시장지배력을 설명하지 못한다”며 “업계는 쿠팡이츠를 포함한 시장 점유율의 변화가 임박했다고 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급성장하는 배달앱 시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급성장하는 배달앱 시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공정위는 쿠팡이츠, 네이버 간편주문 등의 후발주자가 배민과 요기요에 충분한 ‘경쟁압력’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공정위 심사관은 “쿠팡이츠는 주문이 증가할 때마다 비용도 비례적으로 늘어 지속가능성이 불확실한 서비스”라며 “지난 5년간 점유율 5% 이상을 달성한 서비스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DH는 “쿠팡이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적자를 본다고 네이버쇼핑 등 다른 플랫폼과의 경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냐”며 “압도적인 사용자 수와 후기(리뷰), 거래정보, 포인트 시스템까지 보유한 네이버도 언제든 강력한 사업자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 2008년 공정위가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수수료 인상 금지 등을 조건으로 걸어 승인한 사례를 들며 “쿠팡이츠는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뒤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외국의 배달앱은 무조건 승인을 받아서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배민과 요기요 간의 경쟁 관계는 유지하면서 DH의 기술력과 우아한형제들의 마케팅 능력은 결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쿠팡이츠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충분한 경쟁 압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최소한 지금의 경쟁 구조는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다만 DH가 요기요의 기업 가치를 하락시켜 공정위 시정명령의 효과를 낮출 우려가 있어 행태적 조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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