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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클볼의 전설' 필 니크로, 암 투병 중 81세로 영면

중앙일보

입력

너클볼 그립을 쥐고 포즈를 취한 필 니크로 [AP=연합뉴스]

너클볼 그립을 쥐고 포즈를 취한 필 니크로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MLB) 역대 최고 너클볼 투수로 이름을 날린 필 니크로가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미국 언론은 28일(한국시각) 일제히 이 소식을 전하면서 "오랜 기간 암 투병 중이던 니크로는 27일 잠을 자던 중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보도했다.

니크로는 MLB 역사에서 가장 독보적이고 독특한 이력을 지닌 전설적 투수다. 1964년 밀워키 브레이브스(애틀랜타의 전신)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뒤 48세였던 1987년 애틀랜타에서 은퇴할 때까지 24년간 현역 선수로 뛰었다. MLB 통산 318승 274패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했고, 네 차례나 한 시즌 300이닝을 돌파하면서 총 5404이닝을 소화했다. MLB 통산 다승 16위, 투구이닝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섯 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골드 글러브를 5회 수상했다.

니크로는 무엇보다 '너클볼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생전 자신을 "직구를 던질 줄 모르고 커브, 슬라이더, 스플릿 핑거드패스트볼(스플리터) 등 요즘 투수들이 던지는 공을 배운 적도 없다. 난 너클볼 단 하나만 던지는 원 피치 피처"라고 소개하곤 했다.

던질 때 팔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너클볼은 공이 거의 회전하지 않고 나비처럼 춤을 추듯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어느 방향으로 휘어질지 알 수 없어 '예측 불허의 변화구'로 불렸다. 타자가 치기도 어렵고, 포수가 잡기도 쉽지 않다. 니크로는 광부인 아버지에게 이 공을 배워 자신을 상징하는 구종으로 발전시켰다.

니크로가 40대 후반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간 비결 역시 너클볼에 있다. 니크로는 40세 이후에만 통산 121승을 더하고 1977이닝을 던져 MLB 40대 선수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너클볼 투수 최다승과 최다 탈삼진(3342개) 기록 역시 니크로가 남겼다.

니크로 덕에 너클볼과 인연을 맺은 선수도 많았다. 니크로의 동생 조 니크로는 형에게 배운 너클볼로 MLB 통산 221승을 기록했고, 또 다른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도 니크로가 전수한 너클볼을 앞세워 MLB 통산 200승 고지를 밟았다.

니크로는 1997년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니크로는 그 세대 투수 중 가장 독특하고 잊지 못할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그의 너클볼은 니크로를 5번의 올스타, 3번의 시즌 20승, 300승 클럽 그리고 궁극적으로 (명예의 전당이 있는) 쿠퍼스타운으로 이끌었다"고 애도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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