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장에서] 독일은 영업제한 손실 최대 6.7억 보상, 자영업 공화국 한국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조현숙 경제정책팀 기자

조현숙 경제정책팀 기자

지난 13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전국 단위의 전면 봉쇄(락다운)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전면 봉쇄에 따라 (피해 지원을 위해) 연방정부는 매달 110억 유로(약 14조8000억원) 안팎을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업자 24%가 자영업자인 한국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쉽게 못해 #좋은 일자리 만들기 꾸물대더니…

한국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지만 독일처럼 강력한 조치를 하는 건 조심스럽다.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자영업 종사자 수는 656만3000명에 이른다. 전체 취업자(2724만1000명)의 24.1%다.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 넷 중 한 명은 자영업으로 먹고산다.

국제 비교를 해봐도 한국의 자영업 편중은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한국의 자영업자 수 비율이 8번째(2019년 기준 24.6%)로 높다. 콜롬비아(50.1%), 브라질(32.6%), 멕시코(31.9%), 그리스(31.9%), 터키(31.5%), 코스타리카(26.6%), 칠레(25.8%)에 이어서다.

국가별 자영업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가별 자영업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면 호주(9.7%)나 독일(9.6%), 캐나다(8.2%) 등 주요 선진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한국의 절반도 안 된다. 미국(6.1%)은 4분의 1수준이다. 이들 국가가 자영업자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락다운’을 비교적 단호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다.

이들 나라가 자영업자에 대한 피해 지원책도 상대적으로 과감하게, 대폭 추진할 수 있는 배경도 같다. 직접 지원해야할 자영업자 인원 비중이 전체 경제 규모에 비해 적어서다.

22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중고매입 상점에 식당용 중고 그릇이 쌓여있다. [뉴시스]

22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중고매입 상점에 식당용 중고 그릇이 쌓여있다. [뉴시스]

독일 재무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은 물론 프리랜서·자영업자에게까지 1인당 최대 50만 유로(약 6억7000만원)를 보상하기로 했다. 캐나다 역시 손해를 입은 자영업자에 2주 단위로 1000캐나다달러(약 86만원)를 지원하고 있는데, 최대 26주간 받을 수 있다. 자영업자 1인당 1000만원 넘는 현금 지원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가 내려지면 필수 시설 외에 모든 업장의 영업이 정지된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엄중하지만 자영업자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경제 피해나 소상공인 반발 등을 감안하면 정부로선 쉽사리 3단계 격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은 고용 충격을 줄이는 버퍼 역할이라는 순기능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이 만드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많았다. 규제를 풀고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거나 음식·숙박업 위주의 서비스업을 외국처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선진화하자는 노력을 제대로 했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영업 공화국’ 한국의 민낯이 제대로 드러났다.

조현숙 경제정책팀 기자 newe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