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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상식과 관행으로 본 이용구 폭행사건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사진은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던 이용구 법무부 차관. [뉴스1]

사진은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던 이용구 법무부 차관. [뉴스1]

이용구 차관 입장문 발표..사건관련 설명 없어 궁색해 #달라진 경찰..범법 강요받은 내부자 고발로 터져나온 듯

1.
이용구 법무부차관이 최근 물의를 일으킨‘택시기사 폭행사건’에 대해 입장문을 냈습니다.

21일 저녁 대변인실을 통해 기자들에게 보낸 짧은 문자에서‘국민에 심려 끼쳐 송구’하고 ‘택시기사에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이어‘경찰에서 검토하여 시시비비 가려질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전문인련 동원해 판례 분석중’이라고 밝혔습니다.

2.
입장문의 의미는 ‘자진사퇴 않겠다’와 ‘경찰이 알아서 할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건의 팩트나 전후사정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왜 이런 궁색한 입장문을 냈을까요..
상식적으로 추정하자면, 진상을 드러내는 것이 자신에게 불리하기 때문일 겁니다.

3.
사건의 개요를 보자면 충분히 그럴만 합니다.

지난 11월 6일 당시 이용구 변호사는 택시로 귀가하던 중 기사가 깨우자 멱살을 잡는 등 폭행을 했습니다. 운전자 폭행은 심각한 범죄이기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적용됩니다.

경찰이 출동했고, 이용구는 파출소까지 제발로 걸어 갔습니다. 그런데 조사도 받지 않고 귀가했으며, 다음날 조사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도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피해자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는 바람에 사건은 ‘내사종결’됩니다.

4.
여기서 분명한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특가법에 해당되는 범죄면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입건도 하지 않고 경찰청이나 검찰에 보고도 않고, 조용히 내사종결될 수 없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반의사 불벌’이 적용될 수도 없습니다.
경찰에선 ‘단순폭행’죄를 적용했기에 ‘반의사 불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판례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5.
법조계 주변에선 경찰의 이런 주장에 코웃음 칩니다.

이런 택시기사 폭행 사례가 드문 일도 아니고, 특가법이 개정된지 벌써 5년이 지났는데..어찌 경찰이 모를 수 있겠느냐..는 반응들입니다.
그렇다면..상식적으로 볼 때..뭔가 부당한 외부의 힘이 작용했다는 겁니다.

6.
상식적으로 두가지 점에서 그런 추측에 신뢰가 갑니다.

첫째. 공무원들, 특히 경찰은 이런 경우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추궁에 민감합니다.
책임을 피해나갈 수 있을 때 부당한 짓을 합니다. 대개의 경우 상급자의 지시입니다.

둘째. 보고라인도 타지않고 조용히 내사종결된 사건이 어떻게 언론에 알려지게 되었을까요.
사건을 잘 아는 내부자의 고발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폭력과 비리의 주인공이 법무부 차관이 되자 부당함을 고발한 겁니다.

7.
범죄를 뿌리뽑아야할 경찰이 범죄를 알고도 눈감아 주는 행위 역시 특가법에 해당되는 중대범죄입니다.

일반 공무원의 ‘직무유기’보다 훨씬 강력하게 처벌합니다. ‘특수직무유기죄’로 무조건 징역 1년 이상 실형이 선고됩니다.
경찰이 범죄를 은폐하는 건 그만큼 심각한 범법행위입니다. 그런 범법를 강요받았다면 당연히 분할 겁니다.

8.
같은 날 변창흠 국토부장관도 사과를 했습니다.
변창흠의 경우 대개 ‘싸가지 없는 발언’입니다. 사과대상에 해당됩니다. 장관이기에 23일 청문회를 해야합니다. 그 곳에서 더 밝혀지겠죠.

그런데 이용구의 경우는 다릅니다. 청문회가 없습니다. 그런데 죄질은 더 악성입니다.

9.
지난 19일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유명한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가 한마디 해 화제가 됐습니다.
‘민주건달’이라고..

입으론 민주투사를 자임하면서 몸은 건달처럼 굴어대니..잘 와닿는 표현입니다.
이용구 사건은 워낙 명백하기에 언젠가 건달의 진상이 드러날 겁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