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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종편' 만들어 보도·교양·예능 다 한다는 與…당내선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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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2020더혁신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혁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2020더혁신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혁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종편''민주당 넷플릭스''디지털매거진'…
더불어민주당 2020더혁신위원회가 20일 내놓은 제1차 혁신안은 자체 미디어 플랫폼을 확대하겠다는데 방점이 찍혔다.

혁신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 민주적이고, 유능하고, 책임 있는 정당으로 혁신하겠다”며 “집단지성 민주주의로 발전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 토론과 협력을 활성화하겠다”며 소통 부문에 대한 혁신안을 공개했다. 소통은 혁신위가 정한 5가지 의제 중 첫 번째다. ▶스마트플랫폼 전국화 ▶민주당 넷플릭스 ▶디지털매거진 ▶전당원 온라인 청원시스템 ▶민주당 방송국(민주종편) ▶당무 현대화 등이 카테고리로 담겼다.

보도 직접 하겠다는 민주당, 언론 불신때문?

'민주종편'은 2018년 11월 만든 당의 유튜브채널인 ‘씀TV’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각종 회의 중계나 현안 대응용 긴급 라이브, 선거용 기획물이 주종이던 이 채널을 보도·교양·예능을 아우르는 종합편성채널 콘셉트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1월8일 개국이 목표다. 조한기 사무부총장은 “보도 코너에서는 대변인·의원 전문성을 활용해 매주 팩트체크 코너를 정기적으로 편성하고 국제 대변인이 외신을 정기적으로 소개한다”며 “예능에서는 댓글을 랩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힙하게 말해봐’ 코너 등이 준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보도' 기능 신설은 민주당의 뿌리깊은 언론 불신의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팩트체크 코너 상설화' 등이 각종 현안이 생길 때마다 민주당이 만들어 온 각종 언론 대응 TF와 맥을 같이하고 있어서다. 2018년 211건의 고소·고발을 실적으로 자랑했던 ‘가짜뉴스 신고센터’,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만들었던 원내 ‘팩트체크 TF’, 지난 9월 부동산 대란 국면에서 만든 당·정 ‘부동산신속대응팀(가칭·이하 신속대응팀)’ 등이 그 사례다. 그때마다 민주당은 여권에 불리한 보도들을 "가짜 뉴스"라고 싸잡았다. 지난 6월1일 최고위원회에서 당시 이해찬 대표는 이같은 불신을 “국민의 (언론에 대한) 우려는 그냥 있는 게 아니라 그동안 쌓아 온 여러 경험에 의해 오는 우려”라고 표현했다.

혁신위원인 김영배 의원은 “정당이 방송국을 운영한다는 게 굉장히 도전적”이라며 “언택트 시대에 민주당 방송국 같은 대규모 투자도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국민들과 소통하는데 강한 의지 갖고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언론과의 관계가 갈수록 안좋아지는 게 사실”이라며 “독자적으로 '보도'를 하겠다면서 언론에는 입을 닫다보면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0 더혁신위원회의 제1차 혁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조한기 사무부총장이 스마트플랫폼 전국정당 혁신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12.20 오종택 기자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0 더혁신위원회의 제1차 혁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조한기 사무부총장이 스마트플랫폼 전국정당 혁신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12.20 오종택 기자

극성 지지층 영향력 커질까?

혁신위는 온라인 권리당원의 목소리를 키우는 제도도 여럿 내놨다. 민주당의 온라인 권리당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극성 지지층인 문파가 주류다. 전국 지역위원회부터 중앙당까지 당원 제안→토론→투표→교육을 ‘원스톱’으로 구현하겠다는 스마트플랫폼, 입법과 정책, 예산 수립에 당원이 직접 참여하게 만들겠다는 전당원 온라인 청원 시스템 등이 그와 관련된 구상이다. 구상이 실현되면 기존에 당원 게시판이나 온라인 투표로 제한됐던 당원들의 참여 범위를 크게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지금도 당이 당원을 설득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게 문제”라며 “자칫 대중 여론과 유리된 극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정치적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라고 말해다. 그러나 김종민 의원은 “열성지지자가 문제라는 말에는 반대한다. 당원이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 소통플랫폼의 공통된 문제”라며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하는 온라인 소통의 한계를 고려해 건강한 의견을 담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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