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무엇' 보단 '어떻게' 먹을까가 더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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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환자로부터 가장 흔히 접하는 질문이 바로 '무엇을 먹고,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가'다. 비단 환자까진 아니더라도 먹는 것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의식은 주술적이다 못해 신앙적이다.

간암에 굼벵이가 좋고, 당뇨에 무슨 풀이 좋으며, 관절염에 고양이 고기가 좋다는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나는 심지어 관절염 환자가 돌가루를 빻아 먹거나 중풍 환자가 어린이의 대변을 먹는 장면까지 목격한 적이 있다.

미디어에 소개되는 명사들의 건강비결도 많은 경우 무엇을 먹는가에 국한되어 있다.

먹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을 먹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먹는가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건강한 식생활의 원칙은 특정 식품에 국한되지 않고 골고루 먹으라는 것이다. 싱겁기 짝이 없는 소리라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난치병 환자에겐 별로 인기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질환에서 특정 음식이 해롭거나 이로운 것은 거의 없다. 식품은 제 아무리 특이한 것이라 해도 위장 안에 들어오면 소화액에 의해 아미노산과 포도당 등 우리에게 익숙한 영양성분으로 분해된다.

뱀독을 먹어도 죽지 않는 이유는 혈액으로 들어오면 치명적인 뱀독 단백질도 위장 안에선 무해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최근 구운 마늘 제품 몇가지가 과대선전으로 식의약청에 적발됐다. 암을 이기는 것은 물론 정력증강과 기력향상 효과를 발휘하며 심지어 사스까지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선전됐다.

마늘은 물론 건강에 도움이 된다. 유황이나 알리신 등 마늘 특유의 몇가지 성분이 항암효과를 발휘하며 혈액순환을 돕고 면역력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들이 여럿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간접적으로 얻게 되는 효능일 뿐 약과 같은 직접적 치료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마늘이 정말 그렇게 좋다면 마늘을 거의 입에 대지 않은 서구 선진국들의 평균수명이 마늘을 즐겨 먹는 우리보다 높은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마늘은 분명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약처럼 마늘만 많이 먹는 것은 곤란하다. 식품은 식품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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