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확산의 주범은 '슈퍼 전파자'

중앙일보

입력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질환)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는 데는 혼자서 여러 사람을 동시에 감염시킨 이른바 '슈퍼 전파자'(Super spreader)가 중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29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바이러스 전문가 볼프강 프라이저 박사는 사스 확산에 인간의 바이러스 전파력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면서 '슈퍼 전파자'인 인간의 역할에 대한 규명이 사스 퇴치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조사를 마치고 이날 독일에서 열린 내과학회에 참석한 프라이저 박사는 "인간이 접촉에 의한 사스 감염자가 만연하게 된 `알려지지 않은' 원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스에 처음 감염된 광둥성의 한 의사가 홍콩에서 100여명에게 사스를 퍼뜨린데 이어 두 번째 감염자들이 삽시간에 지구의 절반에 사스를 확산시킨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전문가들은 한 사람이 어떻게 그토록 쉽게 사스를 확산시키게 됐는지를 규명해내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프랑크푸르트 의과대학의 한스-라인하르트 브로트 교수는 지난 3월 중순 독일로 오다 기내에서 고열 증세를 보여 공항 도착 후 격리수용돼 사스 감염자로 진단받은 싱가포르 의사의 사례를 들었다.

브로트 교수는 당시 기내에서 이 싱가포르인에게 알약을 전달하기 위해 접촉했을 뿐인 스튜어디스도 추후 감염자로 판명됐으며 이는 비행기 기내에서 감염된 첫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러스 전문가인 한스 빌헬름 되르 박사는 사스의 원인 병원체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자가 회복된 지 25일 뒤에도 배변에서 검출될 수 있다면서 사스는 바이러스 잠복기간이 긴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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