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교사 성과급도 논란···조희연 “올핸 똑같이 나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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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의 교실 수업을 방문,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7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의 교실 수업을 방문,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올해 교원 성과상여금을 모든 교사가 똑같이 나누자고 제안했다. 균등 분배를 통해 학교 구성원끼리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교원 성과평가를 무력화하는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5일 조 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를 이기기 위해 함께 동고동락한 2020년 만이라도 성과상여금을 ‘균등배분’하는 것을 제안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코로나19 국면에서 모든 선생님이 각자 자리에서 여러 형태로 헌신했다"며 "애쓴 정도를 일률적으로 평가해 차등을 둔다면 학교 현장에 갈등 불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1년 도입된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은 교원의 한 해 근무 성적을 평가해 S·A·B등급을 주고, 등급에 따라 기본급의 일정 비율을 상여금으로 주는 제도다. S·A·B등급에 각각 기본급의 30%·40%·30%씩이 배정된다. 성과금은 최대 100만원 이상 차이 난다.

한국교총·전교조 "성과상여금 균등 배분 환영"

지난 2일 오전 강원 춘천시 한 초등학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전 강원 춘천시 한 초등학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성과상여금 폐지를 요구해 온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차등 성과급 지급을 위해 평가가 관성적으로 진행되면서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조 교육감의 제안을 지지했다.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환영 입장을 밝혔다. 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로 비상인 학교 현실을 고려해 내년에는 교원성과급을 균등분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한 일반고 교사도 "학교는 기업과 다르기 때문에 성과를 평가한다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잘 가르친 교사보다 연차가 높은 교사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져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많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더 고생한 교사 있는데…뜬금없다"

지난 3월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3월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하지만 교육계 내부에서도 코로나19를 이유로 성과 평가를 포기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의 한 공립고 교장은 "초유의 감염병 유행으로 올해 담임교사나 연구부장, 원격수업을 관할한 정보부장 등은 평소보다 훨씬 고생했다"며 "갑자기 코로나19와 연결지어 균등배분을 주장하다니 뜬금 없다"고 말했다.

담임, 학교폭력위원회 담당처럼 업무 부담이 큰 교사에게 줄 유인이 사라진다는 걱정도 나왔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성과상여금은 담임이나 부장, 생활지도를 맡은 교사에게 일종의 직무수당처럼 배분되고 있다"면서 "지금도 겨우 달래서 보직을 맡기는데, 보상이 없으면 누가 맡으려 하겠냐"고 걱정했다.

학교 원격수업을 지켜본 학부모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서울의 학부모는 "올해 우리 애의 담임 교사는 화상으로 출석을 확인한 게 전부였지만 다른 반 교사는 이틀에 한번은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했다. 더 노력한 교사에게 더 좋은 평가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성과 평가 무력화 가능성…교육부 "형평성 우려"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 교육감 등의 균등 배분 제안이 현행법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성과 평가를 무력화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성과 평가는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지침'에 따라 이뤄진다. 각 학교의 평가위원회가 정량 평가(95%)와 정성평가(5%)를 병행하거나 혹은 100% 정량 평가하는 방식이다. 일부 학교는 이미 올해 교원 성과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성과상여금 균등 배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성과상여금은 교사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기준"이라며 "이미 교사라는 이유로 임금에 성과 평가 반영 비율을 낮춘 면도 있기 때문에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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