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자녀 용돈 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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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들이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고 약 두달이 지났습니다. 신입생의 생활은 예전과 많이 달라집니다.

여러 면에서 성인 대우를 받는 대학 신입생들의 경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기입니다.

씀씀이가 많아지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벌이를 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 신입생은 자신의 돈과 신용을 관리하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는 자녀들이 독립된 경제인이 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을 마지막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제안합니다.

먼저 대학생에 걸맞은 생활비와 용돈을 책정해 주세요. 단순히 대학생이 됐다는 이유로, 혹은 다른 도시의 대학에 진학해 자취나 하숙을 하는 경우 객지 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마냥 넉넉하게 돈을 주시는 것은 금물입니다.

자녀들에게 생활비 지출내역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하시고, 그에 근거해 용돈과 생활비를 주십시오. 자녀들은 대개 생활비가 모자라면 부모님께서 도와주겠지 하는 기대를 갖기 쉽습니다만 부모님께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금전적 지원은 삼가야 합니다.

또 자녀들이 자신의 소비생활에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십시오. 예컨대 집안의 자동차를 썼다면 연료를 보충해놓도록 한다든가, 자녀들이 쓰는 휴대전화 비용이나 인터넷 비용 등은 스스로 부담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아르바이트를 해보도록 하는 것도 권할 만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으로 자신의 생활비 일부를 부담토록 만드십시오.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오락을 하거나 비싼 사치품을 구입하는 등 헤프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용돈이나 생활비는 부모님께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이래서는 노동으로 번 돈의 가치를 배우기 어렵습니다. 땀흘려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돈으로 자신의 생활비를 부담할 때 자연스럽게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계획하게 될 것입니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자녀들의 공부시간이 줄어든다는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자녀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사회생활에서 강조되는 '시간 관리'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아이는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끊임없이 자녀들의 경제생활에 관심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자녀들이 올바른 경제관을 갖도록 이끌어주지 않은 채 단지 현금만 쥐여주신다면 자녀들은 자칫 돈에 대한 통제력과 자제심, 그리고 관리능력을 키울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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