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베이징 결혼·장례식까지 금지

중앙일보

입력

중국과 홍콩.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감염을 우려한 대인 접촉 기피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전체 국민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는 가톨릭 교회가 중심이 돼 사스 확산 방지에 나섰다. 싱 추기경은 최근 포고령을 통해 신자들이 성모상이나 십자고상에 입을 맞추는 행위를 중단하도록 촉구했으며, 미사 도중 신부가 신자들의 입에 성체를 직접 넣어주는 것도 금지시켰다.

싱가포르는 최근 사스 감염자 한명이 발생한 식료품 시장 전체를 폐쇄 조치한데 이어 29일부터는 국.공립 병원의 일반인 방문객 출입을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다른 질병으로 입원한 환자 가족들의 면회도 일절 금지된다.

영화관과 나이트클럽.게임센터 등 오락시설에 대한 휴업조치를 내린 베이징(北京)시는 28일 결혼식과 장례식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도 금지시켰다.

베이징시 당국은 "사스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대중이 모이는 행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잠정적으로 혼인신고 접수를 중단하고 사스 사망자들의 장례식을 금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의 대학들 역시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학생들의 외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베이징대학은 한차례 캠퍼스 밖으로 나간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로 돌아왔을 때 교내에 마련된 격리시설에 일정기간 수용하고 있으며, 인민대학은 27일부터 유학생이 귀국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학생의 기숙사 및 캠퍼스 이탈을 금지시켜 학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중국 최대 경제 도시 상하이에서도 노래방이나 술집 등 유흥업소의 영업이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4시간마다 매장 소독과 모든 종업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또 길거리 등에서 침을 뱉다 적발될 경우 물리는 벌금을 50위안(약 7천5백원)에서 2백위안(약 3만원)으로 인상키로 했다.

중국 본토보다 한발 앞서 사스 몸살을 앓은 홍콩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홍콩사람들은 지하철.엘리베이터.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기침을 하는 사람이 눈에 띄면 매몰차게 도망간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손으로 만지지 않기 위해 휴지나 동전.열쇠를 동원하거나 심지어 바느질할 때 쓰는 골무를 끼고 다니는 '소심족(小心族)'도 생겨났다.

◇ 중국 사스 환자 3천명 돌파

중국에서는 28일 하루 9명이 숨지고 1백92명이 감염돼 중국 전체의 사스 환자는 모두 3천1백60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는 1백40명에 달한다.

사스 감염자가 1천1백명을 돌파한 베이징시 당국은 환자와 접촉한 주민 9천여명을 격리 조치했다. 시 당국은 또 세계보건기구(WHO)에 전면적인 협력을 요청하는 한편 시 외곽지역에 1천개 병상을 갖춘 대규모 격리시설을 건설,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한편 WHO는 지금까지 '사스 위험지역'으로 통일했던 지정 기준을 각 국의 사스 발생 규모에 따라 '위험' '보통' '미약' 등 3~4개 단계로 나눠 지정할 방침이다. WHO는 또 28일 지난 20일간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베트남을 '사스 위험지역'에서 공식 해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