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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여행 자제' 지정에 경악

중앙일보

입력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전 세계로 퍼지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5%대에 머물던 사망률이 홍콩에서 7%를 넘어섰다. 10%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대 피해지역인 베이징.홍콩은 물론 서방도시 중 유일하게 여행자제 권고지역으로 지정된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황량한 분위기가 도시를 내리누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은 당국의 빠르고 적절한 조치로 사스 기세가 꺾여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토론토 손님은 받지 않습니다."

캐나다 여행객을 주로 유치하는 미국의 호화 유람선 운영사 '크리스털 크루즈'는 24일 성수기인 5월 예약자 명단에서 캐나다 토론토 거주자들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회사 측은 곧 여행 취소를 통지하고 계약금을 환불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캐나다 여행 시장이 크지만 사스의 기세가 워낙 거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더라도 토론토 지역 승객은 일절 받지 말라는 지시가 중역회의에서 내려왔다"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사스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토론토시가 사스 후폭풍을 맞고 발칵 뒤집혔다. 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3일 발표한 여행 자제 권고 지역에 비아시아 지역으로는 처음으로 토론토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발표가 나오자 토론토시 당국과 시민들은 경악하며 즉각 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극력 반발하고 있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이날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신속하게 사스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WHO의 권고는 충분한 역학조사가 반영되지 않은 과잉조치"라며 WHO의 여행 자제 권고 지역 지정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보건당국은 감염자 3백24명과 사망자 16명(24일 현재) 등 피해 규모가 계속 늘어나자 최근 수천명의 감염 의심 대상자들을 격리하는 등 엄격한 방역활동을 벌여왔다고 강조했다.

멜 라스트만 토론토 시장도 "토론토는 사스 패닉에 빠진 도시가 아니다"라며 "WHO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발표 때문에 토론토가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토론토시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업이 9.11테러 때도 당해보지 못한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여행 자제 지역으로 지정된 지 하루 만에 여행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시내 각급 호텔이 텅텅 비었으며 호텔들은 매출 감소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시간제 계약직 종업원들을 일괄 해고하고 있다고 이날 AFP통신은 보도했다.

여행객들로 붐비던 호텔과 역.터미널 주변 식당가도 문을 내리고 철시하고 있다고 토론토 글로브지는 전했다.

이 신문은 "WHO의 '봉쇄 조치'이후 토론토가 여행객뿐 아니라 캐나다 내에서도 점점 기피지역 취급을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에 대해 WHO 측은 "여행 자제 권고 지역을 정하는 데는 사스 환자수뿐 아니라 감염 위험이 높고 사스 병원체를 외부로 확산시킬 가능성 등이 고려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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