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반 때린 고교생 2명 "싸움 알려주려고"…친구는 의식불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인천의 한 고등학교 학생 2명이 동급생을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중상해 혐의로 A군(16) 등 고교생 2명을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A군 등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30분쯤 인천 중구 한 아파트 체육시설에서 동급생 B군을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B군에게 머리 보호대를 착용하게 한 뒤 1시간 30분가량 번갈아가며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A군이 거주하는 아파트 내 태권도장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이 태권도장은 휴관상태였다.

A군 등은 B군이 정신을 잃자 물을 뿌렸으나 B군은 깨어나지 못했다. 그러자 B군의 휴대전화로 B군 여동생에게 “너희 오빠 나하고 스파링하다가 맞아서 기절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B군 부모가 뒤늦게 119에 신고하면서 B군은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현재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한 상태다. A군 등은 경찰에 “B군이 약하니까 싸움 기술 등을 가르쳐주려고 한 거다. 스파링하다가 이렇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아파트 내 폐쇄회로(CC)TV 등에서 A군 등의 범행을 확인하고 이들을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군 등은 지난 9월 초에도 다른 동급생을 폭행해 공동상해 혐의로 입건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군 등을 상대로 범행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A군 등에 대해 조사를 계속 진행한 뒤 형사재판에 회부할지 할지 소년부에 송치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B군의 어머니가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 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A군 등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로 끝이 나니 아무런 죄의식 없이 금방 풀려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아들이 깨어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