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눈] 커닝해 결과 좋아도 지식으로 남진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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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척하는 연기력, OMR(광학식 마크 판독기) 답안지를 걷어가는 틈을 이용해 답을 옮길 수 있는 빠른 손놀림, 답안지를 보여줄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사교력, 감독관의 심리를 읽는 독심술, 뛰어난 시력….

그래서 커닝을 하려면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학교 친구 등 고등학생 2백69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4~17일 시험 부정행위 실태를 조사했더니 18명만 경험이 없다고 대답했다.

커닝 경험이 없는 학생들도 자신감이 없거나 남의 답을 믿을 수 없어서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인기있는 커닝 방법은 '책상에 샤프로 적기'였다. 샤프로 쓴 글씨는 빛에 반사돼 감독 선생님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커닝페이퍼 작성, 볼펜 등 필기구 활용, 쪽지 돌리기, 교복 넥타이 뒷면 이용도 자주 쓰이는 수법이다.

예상 답안을 깨알처럼 적은 빳빳한 종이를 고무줄로 묶어 소매 안에 넣은 뒤 꺼내보다 상황이 불리하면 탄성을 이용해 소매 안으로 잽싸게 집어넣는 방법도 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것은 첨단 기법. 하지만 소리가 나거나 기계가 드러날 염려가 있어 애용되지는 않는다.

또래들이 부정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다. 20%는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았고, 나쁘지만 때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54%나 됐다.

학교 시험은 삶에 필요한 지식 수준이나 기술의 숙달 정도를 알아보는 게 목적이다. 커닝을 해 결과가 좋더라도 자기 머리에 지식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요령보다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성적을 관리하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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